칼 마르크스의 『자본』
- 후마니타스 칼리지 - 대학주보 공동기획. 고전의 사계 14
‘자식은 부모를 닮는 것이 아니라, 시대를 닮는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시대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특히 그 시대 속에서 자라가는 젊은 세대들에게 끼치는 영향의 심대함과 중요성을 알려준다.
고전 읽기의 중요성을 논함에 있어 시대가 갖는 의미로 이야기를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무엇을 지향하며 살아야 행복할 수 있는지를 모색할 때, 시대를 읽어야만 한다는 것이고, 그 시대를 읽어내기 위해 읽어야 할 것이 바로 고전이라는 것을 말하기 위함이다.
지금의 시대를 읽는데, 왜 지나간 시대의 고전을 읽어야 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지금의 시대가 ‘지금’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설사 지금을 가리킨다해도 그 안에는 이전과 이후의 시간대가 담겨져 있다. 지금은 과거로부터 와 미래로 나아가는 잠정적 시점일 따름이다. 다른 하나는 고전이라는 것이 단지 지난 시절의 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과 지금과 이후를 관통하는 ‘기본’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고전의 정확한 뜻은 ‘오래된 책’이라기보다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읽히고 높이 평가돼온 책’이다. 고전이 그런 뜻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시간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현재를 살아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갖춰야 할 기본을 제시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고전 중 하나가 바로 칼 마르크스의 『자본』이다. 1867년에 처음 출간된 이 책의 의미는 특히 그 당시와 지금을 가로지르는 우리 삶의 정치경제적 기반, 즉 자본주의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각별하다.
사람들이 『자본』을 지난 1,000년간 가장 영향을 끼친 책 1위로 꼽기도 하고, 칼 마르크스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철학자로 선정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영국 BBC 1999, 2008).
자본주의는 지난 몇 백 년간 우리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환경 혹은 요소이다. 단적으로 마르크스의 『자본』에 따르면, 대부분의 ─임노동자라고 불리워지는─ 인간은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타인을 위한 노동’을 통해 임금을 받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물론 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 하지만 그 자유는 마르크스와 동시대의 사람이자 『자유론』의 저자인 존 스튜어트 밀이 결코 자유라고 할 수 없는 자유라고 일갈한, 즉 굶어 죽을 자유에 불과하다.
혹자는 왜 타인을 위한 노동이냐고, 노동자가 노동력 제공을 통해 임금을 받아 삶을 영위한다는 점에서 나를 위한 노동이라고 반문할지 모른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것은 착각이고 자기기만에 다름 아니다. 임금을 통해 보상받는 나를 위한 노동은 내가 하는 전체 노동의 아주 작은 부분만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은 내가 굶어죽지 않고 다시 노동할 수 있는 힘을 회복하기 위한 것이다. 그럼 나머지 노동은? 기업가의 자본축적과 이윤획득을 위한 노동이다. 어쩌다 이리 됐을까? 이 물음은 어렵게 고생해 취업해 받는 내 임금이 왜 이 정도 액수인가라는 물음과도 연결되어 있다.
마르크스의 『자본』은 바로 그 물음에 대한 답변을 담고 있다. 궁금하면 직접 읽을 일이다. 참, 꼭 이야기하고 글을 맺어야 할 것이 있다. 『자본』은 세상을 변화시키는데 관심을 갖고 있거나, 변화에 대한 의지를 키우는 이에게 ‘쉽고 재미있게’ 읽히는 책이라는 것이다. 모든 고전과 마찬가지로 『자본』 역시 우리 삶과 관련된 문제의 해결이라는 ‘목적의식’을 갖고 봐야 잘 읽히는 책이라는 것이다.
김윤철,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2013년 9월 9일자 대학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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