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스』와 『오딧세이아』
- 후마니타스 칼리지 - 대학주보 공동기획. 고전의 사계 21
사람이 함께 살자면 서로 간에 소통이 필요하고, 그 소통을 위해서는 공통의 기반, 즉 교양이 있어야 한다. 그 교양은 독서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책을 다 읽을 수는 없으므로 ‘반드시’ 읽어야 하는 기본적인 책들의 목록이 생겨난다. 그 맨 앞에 보통 『일리아스』와 『오딧세이아』가 놓여있다. 이 두 작품은 기원전 8세기 서사시로서, 현재 남아 있는 것으로는 유럽 최초의 것들이다.
보통 『일리아스』는 트로이아 전쟁을 다루고 있다고들 알고 있겠지만, 이 서사시는 전쟁 전체를 다룬 것이 아니라 그 마지막 해에 아킬레우스가 분노한 사건만을 다룬다. 희랍군의 최고 전사 아킬레우스는, 처음에는 자신을 무시하는 아가멤논 왕에게 분노한다.
얼마 후 그의 분노는 친우 파트로클로스를 죽인 헥토르에게로 방향을 돌린다. 하지만 그는 헥토르의 늙은 아버지와 마주하고, 그의 감정은 모든 동료 인간에 대한 공감과 동정으로 화해로 돌아선다.
이 작품은 전체가 ‘전투 이전-전투-전투 이후’로 짜여 있는데, ‘전투 이전’의 세 권은 작품 끝부분 ‘전투 이후’의 세 권과 짝을 이룬다. 중간의 전투는 나흘로 구성돼 있다.
첫 날은 양쪽 군대가 균형 있게 싸운다. 둘째 날은 트로이아 군이 대승을 거둔다. 셋째 날은 양쪽 군대가 세 번씩 승세를 맛보며 각축한다. 넷째 날은 희랍군이 일방적으로 승리를 거둔다. 그래서 첫 날은 자체적인 균형, 그 다음 세 날은 ‘트로이아 승리-각축-희랍군 승리’로 균형있게 짜여 있다.
『오딧세이아』는 오딧세우스가 트로이아 전쟁터에서 고향으로 돌아가며 겪는 일을 다루며, 이야기는 전쟁 끝나고 10년째 되는 해에서 시작된다. 이 작품은 세 가지 주제, 즉 젊은이의 성장담, 뱃사람의 모험이야기, 그리고 집 떠난 이의 귀향을 함께 다루고 있다. 첫 부분은 오딧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가 아버지의 행방을 찾아다니는 내용으로 돼 있다(1-4권). 그는 고향 섬을 떠나 아버지의 옛 동료들을 만나고, 새로운 체험을 통해 성인의 세계로 진입한다. 바다에서의 모험을 보여주는 그 다음 부분은 내용상 둘로 나뉜다.
첫 부분(5-8권)에 오딧세우스는 지난 7년 간 그를 잡아두었던 요정 칼립소를 떠나 스케리아 섬에 닿고, 나우시카아 공주를 만난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환상적인 모험 이야기(9-12권)는 며칠 사이에 지난 10년 이야기를 끼워 넣은 사상 최초의 ‘플래시백’ 기법으로 꼽힌다. 작품 후반부(13-24권)은 고향 이타케에 돌아온 오딧세우스가 늙은 거지 모습으로 기회를 노리다가, 구혼자들의 무리를 활쏘기 시합에서 모두 처치하고 아내와 재결합한다는 내용이다.
한데 이 작품들이 우리에게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일리아스』는 옛 사람들이, 언젠가는 죽어야 하는 인간의 운명을 뼈아프게 인식하고 그것을 받아들인 과정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여신의 아들이면서도 죽어야만 하는 존재였던 아킬레우스는 신과 인간의 경계에 있는 자이므로, 이 운명을 더욱 분명하게 인식하고 거기에 격렬하게 반응한다. 그가 그 운명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역시 죽을 운명인 우리로 하여금 자기 연민을 벗어나게 한다. 그가 마지막에 가진 공감과 이해는 우리가 취해야할 태도이기도 하다.
한편 『오딧세이아』는 인간들이 어떻게 세계의 리듬을 발견하고 거기 맞춰 새로운 질서를 세워 가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또한 이는 분명 내용, 구조, 기법과 의미 등 모든 면에서 ‘고전’이 무엇이고, 어떠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 『일리아스』와 『오딧세이아』 는 그리스 시대 인간의 희망과 고난 등 다양한 감정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강대진, 정암학당 연구원, 후마니타스 칼리지 강사
2013년 11월 18일자 대학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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