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스라는 틈, 플라톤『향연Symposium』
후마니타스칼리지-대학주보 공동기획, 고전의 사계30
▶에로스에 관한 ‘이야기’ 그러나 《향연》은 에로스가 온전히 이야기될 수 없음을 이야기한다. 너무 어려 잔치 자리에 직접 참여할 수 없었던, 그래서 아리스토데모스에게서 들었던 이야기를 다시 전달하는 아폴로도로스. 그러나 잔치 자리에 있던 아리스토데모스 역시 잔치에서 일어났던 사건들을 온전히 기억하지 못하며 아폴로도로스 또한 그가 말해준 것 전부를 기억하지 못한다. 직접성과 온전함을 추구하는 지혜와 사랑인 철학은 정작 자신이기도 한 에로스에 대해 명확히 알지 못한다.
'사랑 말고는 아무 것도 아는 것이 없다’고 말할 때에도 소크라테스는 그것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른다. 이것이 소크라테스가 디오티마라는 이방인 여인을 필요로 하는 이유이다. 소크라테스의 투명한 지식에 틈을 내는 ‘비-지식,’ ‘무의식적 지식’(라깡)은 디오티마의 신화를 통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서술자들의 이중 결핍은 텍스트가 봉합할 수 없는 이질적인 틈들로 변형돼 예기치 않게 출몰한다.
아리스토파네스의 딸꾹질(이야기의 중지), (에로스의) 집없음, (소크라테스라 불리는) 반인반수 실레노스, 신화적 모호성, 혼돈을 초래하는 알키비아데스의 침입, ‘아무 것도 아닌 자’(nothing), 소크라테스 등은 모두 에로스라 불리는 공백들의 현현이다. 에로스와 거리를 두고 그를 찬미하려던 자들은 오히려 에로스의 광기와 열정에 사로잡혀 ‘에로스의 이야기들에 두드려 맞고 살무사에게 물린 것보다 더 큰 고통’을 겪게 된다.
그러나 이야기될 수 없는 에로스는 이야기 속에서만 드러날 수 있다. 이야기를 가능하게 하는 원인이자 그것을 불가능하게 하는 틈, 에로스. 에로스를 온전한 하나(의 회복)로 설명하고자 하는 아리스토파네스의 이야기는 그것의 불가능성만을 보여줄 뿐이다.
제우스에 의해 거세돼 온전함을 상실한 후에 그것을 회복하기 위해 자신의 잃어버린 반쪽을 껴안는 인간은 온전함을 불가능하게 하는 겹침의 공간을 부여잡고 있을 뿐이다. 포옹은 반의 결핍을 메워 온전한 하나를 회복하기는커녕 두 반쪽 모두를 결핍시키는 겹침, ‘사이’를 생성해낸다. 아리스토파네스는 두 반쪽이 하나로 통합될 수 없도록 하는 이중 결핍의 공간을 종족 번식으로 환원될 수 없는 ‘포만감’으로 설명한다. 쥬판치츠의 말대로 포옹으로 인해 우연히 생겨난 ‘잉여만족’이 “끌어안은 채 죽어가던 인간들을 다시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게 한다”고 한다. 우리는 여기서 디오티마의 에로스를 만난다. 포로스(방도)가 자고 있을 때 페니아(방도없음)가 그 옆에 눕는다. 방도와 방도없음의 포옹. 거기서 생겨나는, 둘 모두를 긍정하는 동시에 부정하는 중간자, 에로스. 지혜와 무지, 신과 인간, 풍요와 빈곤 ‘사이’ 에로스는 대립물이 일치하는 공간, 명명할 수 없는 틈으로 출몰한다.
대립적 사유 속에 자신의 거처를 갖지 못해 그것의 경계를 넘나드는 에로스는 이번에는 소크라테스 속에 있는 아갈마(보물)로 모습을 드러낸다. 알키비아데스가 자신의 육체적 아름다움과 맞바꿔 소유하고자 하는 지혜라는 보물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그것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보물은 텅 빈 공간, 교환하거나 명명할 수 없는 간극, 소크라테스나 알키비아데스 모두를 거세하는 ‘사이’이다. 그것은 소크라테스 속에서 소크라테스를 넘어서는 잉여, 소크라테스의 결핍을 드러내는 동시에 그를 자신과도 다른 것으로 만들어주는 틈이다. 《향연》은 사랑에 대한 사유가 이미 사랑에 노출돼 있음을 보여준다. 사유의 틈, 사유를 (불)가능하게 하는 딸꾹질로서의 사랑인 것이다.
제우스에 의해 거세돼 온전함을 상실한 후에 그것을 회복하기 위해 자신의 잃어버린 반쪽을 껴안는 인간은 온전함을 불가능하게 하는 겹침의 공간을 부여잡고 있을 뿐이다. 포옹은 반의 결핍을 메워 온전한 하나를 회복하기는커녕 두 반쪽 모두를 결핍시키는 겹침, ‘사이’를 생성해낸다. 아리스토파네스는 두 반쪽이 하나로 통합될 수 없도록 하는 이중 결핍의 공간을 종족 번식으로 환원될 수 없는 ‘포만감’으로 설명한다. 쥬판치츠의 말대로 포옹으로 인해 우연히 생겨난 ‘잉여만족’이 “끌어안은 채 죽어가던 인간들을 다시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게 한다”고 한다. 우리는 여기서 디오티마의 에로스를 만난다. 포로스(방도)가 자고 있을 때 페니아(방도없음)가 그 옆에 눕는다. 방도와 방도없음의 포옹. 거기서 생겨나는, 둘 모두를 긍정하는 동시에 부정하는 중간자, 에로스. 지혜와 무지, 신과 인간, 풍요와 빈곤 ‘사이’ 에로스는 대립물이 일치하는 공간, 명명할 수 없는 틈으로 출몰한다.
대립적 사유 속에 자신의 거처를 갖지 못해 그것의 경계를 넘나드는 에로스는 이번에는 소크라테스 속에 있는 아갈마(보물)로 모습을 드러낸다. 알키비아데스가 자신의 육체적 아름다움과 맞바꿔 소유하고자 하는 지혜라는 보물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그것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보물은 텅 빈 공간, 교환하거나 명명할 수 없는 간극, 소크라테스나 알키비아데스 모두를 거세하는 ‘사이’이다. 그것은 소크라테스 속에서 소크라테스를 넘어서는 잉여, 소크라테스의 결핍을 드러내는 동시에 그를 자신과도 다른 것으로 만들어주는 틈이다. 《향연》은 사랑에 대한 사유가 이미 사랑에 노출돼 있음을 보여준다. 사유의 틈, 사유를 (불)가능하게 하는 딸꾹질로서의 사랑인 것이다.
민승기,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3월 30일자 대학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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