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향기] 관상(觀相)


고려시대 문신 이규보(李奎報ㆍ1168~1241)는 백성들 삶을 이해하고 그들 이야기를 동국이상국집에 남겼다. 그는 매우 특별한 관상쟁이를 만났다.

그 관상쟁이는 부귀하여 몸이 비대하고 윤택한 사람을 보면 "당신 용모가 매우 수척하니 당신처럼 천한 족속이 없겠습니다" 하고, 가난하여 몸이 파리한 사람에게는 "당신 용모가 비대하니 당신처럼 귀한 족속은 드물겠소"라고 했다. 얼굴이 잘생긴 부인에게는 "아름답기도 하고 추하기도 한 상이오" 하고, 관대하고 인자하다는 말을 듣는 사람에게는 "만민을 상심하게 할 상입니다"라고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사기꾼이라며 믿지 않았다.

이규보는 이 관상쟁이가 매우 특별한 사람이라고 판단해 그의 집을 찾아갔다. 그리고는 어떻게 관상을 보는지 물어보았다. 관상쟁이는 이렇게 대답했다.

"부귀하면 교만하고 능멸하는 마음이 자랍니다. 그러면 하늘이 죄를 주어 망하게 하여 천하게 되니 `수척하다`와 `당신 족속이 천할 것이다`라고 한 것입니다. 가난하면 자신을 낮추어 열심히 살아 좋은 운수가 오니 `비대하다`고 한 것이고, 장차 만석의 재물을 누릴 귀(貴)가 있어 `당신 족속이 귀할 것이다`한 것입니다."

이어 "무릇 색이란 음란한 자가 보면 구슬처럼 아름답고, 정직한 자가 보면 진흙처럼 추하므로 `아름답기도 하고 추하기도 하다`한 것입니다. 인자한 사람이 죽을 때는 사람들이 사모하여 마치 어린애가 부모를 잃은 것처럼 눈물을 흘립니다.

그래서 `만인을 상심하게 할 것이다`라고 한 것입니다." 이규보는 깜작 놀라며 "이것이 진정한 관상"이라고 했다.

최근 어려운 시절이라 그런지 `관상`이란 영화에 사람들이 몰린다고 한다. 진정한 관상이란 자기 얼굴에서 명예ㆍ권력ㆍ재물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모자란 부분을 밝히고 겸손함을 갖추어 보다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게 하는 것이 아닐까.


김준혁,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10월 2일자 매일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