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향기] 명성왕후의 아들 사랑


조선 18대 임금 현종 부인인 명성왕후(明聖王后ㆍ1642~1683) 김씨는 영특했지만 독선적이고 안하무인이었던 인물이다. 남편에 대한 존경심이 별로 없던 명성왕후는 자식인 숙종에게 사랑을 모두 쏟아부었다. 사랑과 관심이라는 명분으로 그녀는 숙종에게 지나친 간섭을 했고, 숙종은 그런 어머니를 부담스러워했다. 숙종이 열여덟 살이던 1678년(숙종 4년) 심한 위장병을 앓았다.

당시 명성왕후는 어의보다 무당에게 많은 의지를 했다. 무당은 명성왕후에게 "숙종의 위장병이 나으려면 홋치마를 입고 삿갓을 쓴 채 물벌을 서야 한다"고 말했다. 명성왕후는 무당이 시키는 대로 했고 간절한 정성 때문인지 숙종은 다시 원기를 회복했다.

5년 뒤인 1683년 음력10월 숙종에게 갑자기 마마(천연두)가 찾아와 생명이 위독한 지경에 이르렀다. 절망감에 휩싸인 채 명성왕후는 또다시 무당을 찾았다. 무당은 이번에도 5년 전과 똑같은 방법으로 하면 나을 수 있다고 했다. 결국 그녀는 한겨울인 음력 11월 초에 자신의 전각 앞마당에서 다시 홋치마를 입고 몇 시간 동안 찬물을 뒤집어썼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숙종의 마마가 사라지고 몸이 회복됐다. 하지만 한겨울에 찬물을 맞은 탓인지 명성왕후는 지독한 감기와 급성폐렴으로 한 달 뒤에 숨을 거두고 만다. 아들에 대한 지나친 사랑이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다.

내일(7일)은 대학수학능력평가시험이 실시되는 날이다. 수능시험을 앞두고 많은 부모님들은 자녀가 시험을 잘 보게 해 달라고 교회나 사찰 등을 찾아다니며 정성과 눈물로 기도했을 것이다.

시험을 잘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모가 원하는 대학이나 전공이 아닌, 자녀들이 원하는 진로가 무엇인지, 그 길을 가기 위해서는 어떤 공부가 필요한지 함께 고민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본다. 부모들이 입시에 대한 욕심을 자제하고, 자녀에게 모든 결정권을 맡겨야 할 것이다. 부모가 진정으로 행복한 때는 자녀가 행복해 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때가 아닐까. 
 

김준혁,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11월 6일자 매일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