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향기] `마루타` 송몽규


1945년 3월 7일 일본 규슈 후쿠오카 감옥. 27세 젊은 조선 청년 한 명이 피골이 상접한 채로 죽어 갔다.

며칠 전인 2월 16일 함께 감옥에 온 그의 사촌동생 윤동주가 숨을 거두었다. 신체가 장대하고 활달했던 조선 청년은 감옥에 온 후 일본 간수들이 투여하는 이상한 주사를 맞고 몇 달 만에 죽음에 이르렀다. 일명 마루타 실험이라고 하는 생체실험이 그와 그의 사촌동생에게 자행된 것이다. 이 청년이 바로 송몽규(宋夢奎ㆍ1917~1945)다.

윤동주는 시인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그의 고종 사촌형인 송몽규를 아는 이는 흔치 않다. 어머니가 꿈에 큰 별을 보았다 하여 이름을 몽규(夢奎)라 지었다는 그는 어린 시절부터 용정(龍井) 명동촌의 기둥이었다. 독립운동 지사들이 살던 명동촌은 압록강 남쪽에 있는 조선인들에게는 희망의 땅이었다.

이 마을에 동갑내기로 태어나 한 학교에 다닌 운명의 세 친구가 바로 문익환 윤동주 그리고 송몽규였다. 어린 시절부터 민족교육을 맡은 송몽규는 중3을 마치고 진학을 하지 않은 채 김구와 장제스가 합의하에 만든 낙양군사학교에 입학했고 본격적인 독립운동에 뛰어들었다. 만주 일대에서 독립운동을 하다 체포된 그는 경찰서에서 풀려난 뒤 고향 용정으로 돌아와 연희전문 문과를 마치고 윤동주와 더불어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 일본 최고 명문인 교토대학 사학과에 입학한 그는 교토 일대 유학생을 조직해 독립운동을 전개하다 교토 조선인 학생 민족주의 그룹사건으로 체포되어 감옥에 갔다. 일본 정부는 이 젊은 항일 독립 운동가를 생체실험 대상으로 선정하고 끝내 죽음에 이르게 했다. 독립을 몇 달 남기지 않고 미래 조선 지도자가 될 인물이 비참하게 죽은 것이다. 살아 있는 인간을 생체실험하는 일본인의 잔악성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이렇게 마루타로 죽은 이가 어찌 송몽규와 윤동주뿐이겠는가?

얼마 전 독일 메르겔 총리는 옛 나치 수용소를 방문하고 추모관을 찾아 나치에 의해 죽은 이들을 추모하고 선조들의 부끄러운 역사를 반성했다. 그런데 일본은 어떤가. 아베 총리는 한국인들에게 사과의 뜻을 밝히기는커녕 일본 군국주의를 부활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일본 우익 지도자들은 부디 이성을 되찾고 피해를 입힌 아시아 여러 나라들에 반성과 사죄를 해야 한다. 역사를 왜곡해서는 미래도 없다.


김준혁,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8월 28일자 매일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