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산성의 미래


남한산성과 더불어 한강 이남 최고의 산성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독산성(禿山城)의 위용은 결코 허황스런 거짓이 아니었다. 그리 높지 않은 산위에 둘러싸인 산성은 과거 조선의 역사를 온전히 지킨 산성 모습 그대로였다. 독산성은 너무도 잘 알려진 대로 임진왜란 당시 권율 장군이 왜장 우키다 히데이에(宇喜多秀家)의 대군을 격파한 전승지이다. 당시 서울을 탈환하고자 군사를 이끌고 이곳 독산성에 진지를 친 권율은 엄청난 위기에 처해 있었다. 군사력이 우세한 왜군은 세작(간첩)을 보내 독산성에 물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적의 의도를 간파한 권율 장군은 독산성 정상에 말을 세우고 흰쌀을 부어 목욕시키는 듯한 모습을 연출하였다. 이에 왜군 장수들과 병사들은 독산성에 물이 풍부하다고 판단하고 혼란스러워하다가 권율 장군이 보낸 군사들의 기습 공격으로 대패하고 말았다. 이와 같은 권율장군의 탁월한 전술을 기념하기 위해 "말을 씻었다"라는 뜻으로 '세마대(洗馬臺)'라고 하는 누대를 건립하였고, 오늘날까지 독산성이라는 이름과 함께 전해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독산성에는 세마대의 전설 외에 또 다른 역사가 숨겨있다. 조선시대 영조와 사도세자 그리고 정조가 모두 이곳 독산성을 방문했다. 경기지역의 방어영이 설치되어 왜구를 막는 가장 중요한 군사요충지였기 때문에 국가를 수호하는 군주들이 반드시 보아야 할 곳이기 때문이다. 비운의 왕세자인 사도세자는 이곳에 와서 무인군주의 모습을 확실히 보여주기도 하였다. 독산성은 중앙오군영 중의 하나인 총융청의 군사들이 지키고 있었고, 이후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소를 오늘날 화성시 태안면의 화산(花山)으로 옮기고 장용영 외영을 화성에 설치한 후에는 장용영 군사들이 지키고 있었다.

특히 사도세자의 원찰인 용주사를 건립하고 승군의 총사령부로 삼았는데 최정예 승군들은 모두 독산성 안의 보적사(寶積寺) 승군들이었다. 정조가 화성에서 군사훈련을 시킬 때 보적사 승군들의 화포 시연능력이 장용영의 정군보다 우수하다고 극찬을 하기도 하였다. 매우 놀라운 것은 정조의 호위를 장용영 군사들과 함께 독산성의 보적사 승군들이 참여하였다는 사실이다. 이는 정조가 독산성의 승군들에 대한 믿음과 애정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결국 독산성은 조선시대 군사력이 집중되어 있으며 경기지역을 지키며 조선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곳이었다.

최근 독산성을 복원하고 오산을 포함한 경기남부지역의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재탄생 시키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오산시의 문화계 인사들이 모임을 만들어 공부도 하고 관련된 유적지를 답사하기도 한다.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의 시민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새롭게 문화를 창조하는 것은 가장 선진적인 모습이다. 오산시민들이 추진하는 독산성 복원이 중앙정부와 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아 정조의 효와 장용영 군사들의 역동성이 어우러지면서 역사문화 관광자원으로 다시 태어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김준혁,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11월 18일자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