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동현의 모던 타임스] [19] 재창조된 태권도, 세계 스포츠로 '우뚝'
한국이 낳은 세계적 스포츠인 태권도의 기원에 대해서는 수박(手搏), 권법(拳法), 택견 같은 삼국시대 이래 전승된 고유 무술이라는 견해와 일제하에 유입된 가라테(唐手)라는 두 학설이 충돌한다. 그러나 무예가 아닌 스포츠로서 태권도의 역사를 조망하면, 태권도는 광복 이후 '만들어진 전통(the invention of tradition)'이 분명하다.
1962년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된 유도(柔道)도 1882년 일본 전래 무술인 유술(柔術)을 바탕으로 새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메이지 유신 이래 일본은 서구 근대의 핵심기제들을 베끼는 한편, 자국의 문화 전통도 재창조하는 작업에 몰두했다. 기독교 교회에 맞서 신사(神社)를 국가신도(神道)로 탈바꿈시켰고, 오페라를 모델로 사라져가던 가부키(歌舞伎)와 노(能)를 되살렸다. 스모, 검도, 가라테도 서구의 레슬링, 펜싱, 복싱을 거울삼아 재생된 근대의 산물(産物)이었다.
▲태권도 배우는 이소룡 - 미 태권도계의 대부 이준구 사범(오른쪽)이 1969년 캘리포니아 해변에서 쿵후 스타 리샤오룽(李小龍)에게 태권도 발차기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택견이구만!" 1954년 9월 보병 제29사단 창립 1주년 기념식장에서 열린 도수(徒手) 무술 시범을 본 이승만 대통령의 한마디가 잃어버린 전통무술에 대한 재발견의 계기가 되었다. "발은 손의 3배 위력을 나타내며 그 기법에 있어서 손보다도 신묘한 것으로서 태권만이 가지는 독특한 무기이다. 그러므로 그 명칭을 '태권'으로 개명한 것이다." 1955년에 열린 '명칭 제정위원회'를 주도한 최홍희(崔泓熙) 장군의 말처럼 태권도는 가라테에 역동적 발기술이 특징인 택견을 접목해 만든 새로운 무도였다. '반일(反日)'이 국시(國是)이던 건국 이후 태권도는 국가적 지원하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기(國技)이자 문화상품으로 가라테와 경쟁에 나섰다.
"가라테와 달리 태권도는 발기술이 70%고, 3회전 경기로 보호구를 쓰며, 손을 사용한 머리 공격을 금지한다." 1974년 차이점을 부각시켜 새로운 스포츠 종목으로 미국체육회의 공인을 얻은 태권도는 가라테와의 국제적 경쟁에서 이겼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 28개 경기종목 중 하나로 채택된 태권도는 2012년 현재 WTF(세계태권도연맹) 산하 202개 회원국과 7000만 수련생을 자랑한다. 태권도가 세계인이 사랑하는 굴지의 스포츠로 성장한 오늘, 우리는 '종주국(宗主國)'이란 자부심에 걸맞은 책임과 의무도 살펴야 하지 않을까.
허동현,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8월 7일자 조선일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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