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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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와 대학이 인문학을 등한시하니까 학생들이 직접 나선 겁니다.”

도정일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대학장은 부산에서 열린 ‘대학생인문학 캠프’는 큰 의미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자본주의 사회의 부작용이 심각해지면서 사람들은 삶의 의미나 가치를 더욱 중시하게 됐는데, 대학에서 이에 대한 제대로 된 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 대학장은 “산업 발전, 경제성장 등을 통해 자본주의가 사회의 물적 토대를 튼튼하게 한 공로가 있다”면서도 “대신 우정, 사랑, 공감, 인간 존중 등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를 소홀히 하면서 삶은 황폐해졌다”고 진단했다. 잃어버린 가치를 찾으려는 시도가 곧 인문학에 대한 관심으로 표출되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인문학은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답을 줄 수 있다”면서 “인문학의 주 관심은 삶의 의미, 목적, 가치”라고 말했다.

인문학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지만 대학의 변화는 더디기만 하다. 교양교육을 전임교원이 아닌 시간강사에게 맡기면서 교육의 주변부로 밀려났다는 것이 도 대학장의 생각이다. 그는 “인간, 세계, 자연을 이해하는 교육이 필요한데 대학에서는 관습적인 교양교육만 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같은 상황을 초래한 데는 정부와 기업의 책임도 크다며 “취업률이 곧 대학 평가가 되고 기업에서는 인문학 전공자를 차별한다”며 “인문학에 지원하는 연구비도 과학기술 분야와 비교해 턱없이 적다”고 말했다.

2년 전 교양교육전문대학으로 시작한 ‘후마니타스 칼리지’는 그런 점에서 혁신적인 시도였다. 도 대학장은 “후마니타스 칼리지는 인문학뿐 아니라 사회과학, 자연과학, 예술 등을 통합하는 융합교육을 한다”며 “미국과 일본에서는 이미 4년 내내 특별한 전공 없이 교양수업만 듣는 학부가 있고, 이 학부 출신들이 사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소개했다.

그는 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되려면 대학의 인문학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좋은 취업 교육 역시 인문학 지식과 교양을 두루 갖춘 균형 있는 인간을 완성하는 것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돈만 쫓으면 결국 모두가 공멸할 수밖에 없다.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로 경제위기를 맞은 2008년 미국의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도 대학장은 “사회에 나간 학생들이 ‘우리는 어떤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가’, ‘좋은 사회란 어떤 사회인가’라는 생각을 항상 품고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대학 교육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도정일, 후마니타스 칼리지 대학장
2월 15일자 세계일보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