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사색] 아Q정전·광인일기


“나는 그들이 나처럼 남들과 담을 치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또한 한 덩어리가 되기 위해 나처럼 고생스럽게 전전해가면서 살기도 원치 않을뿐더러, 룬투처럼 고달프고 마비된 생활을 영위하는 것도 원치 않으며 남들처럼 고생에 찌들어 방자한 생활을 하는 것도 원치 않는다. 그들에게도 새로운 삶, 우리들이 미처 영위해보지 못했던 삶이 있어야 할 것이다.

몽롱한 가운데 눈앞에는 해변의 푸른 모래밭이 떠올랐다. 짙은 남색 하늘에 바퀴처럼 둥근 황금의 보름달이 떠 있다. 나는 생각해 보았다. 희망은 본디 있다고 할 것도 아니고 또 없다고 할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다. 원래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이 많은 사람들이 다니면서 저절로 생겨난 것처럼.”(‘고향’ 중에서)


△ 청년기의 루쉰은 일본적 문명개화가 부국강병의 원상(原象)이 될 수 있으리라 몽상했다. 그러나 러일전쟁에서 제국주의의 본질을 목격한 후 깊은 충격에 빠진다. 그의 말처럼 ‘아Q’나 ‘룬트’와 같은 동시대 중국 민중은 봉건주의는 물론 자기 기만으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생활이 있고, 무엇보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다. 루쉰은 누구도 희망을 말살할 권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중국의 길이 생겨났다.



이명원,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4월 17일자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