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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4-09 13:27
이리나 보코바, 후마 명예대학장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5,845  

[중앙일보|2018.02.21] 이리나 보코바 후마니타스칼리지 명예대학장 "AI로 육체노동 줄어들 것, 그 여유를 불평등 해소에 쓰자"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은 인류에게 득(得)일까 독(毒)일까. 과학 분야의 놀라운 발견이었던 핵반응이 원자력발전과 핵무기에 모두 쓰인 것처럼 4차 산업혁명 역시 명과 암이 있다. 

이리나 보코바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 경희대 후마니타스 명예대학장
“세계가 미래기술 사용 고민하고 대학은 세계시민 역량 키워야”


이리나 보코바(66)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기술에 인간의 영혼을 불어넣어야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며 “4차 산업혁명을 ‘뉴 휴머니즘’에서 접근하자”고 말했다. 지난 13일 서울 경희대에서 중앙일보와 한 단독 인터뷰에서다. 그는 다음 달 이 대학 후마니타스 칼리지 명예대학장을 맡는다. 인류 문명의 발전과 관련 학문을 연구하는 교육·문화·과학 분야 기구인 유네스코에서 쌓은 식견을 학생들과 나누게 된다. 보코바는 2009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유네스코 사무총장을 지냈다. 

질의 :
AI 같은 기술의 발전이 SF영화에서처럼 인류를 위기에 빠뜨릴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응답 :“스티븐 호킹처럼 경종을 울리는 과학자들이 있다. 그러나 기술은 그걸 사용하는 인간의 의지에 달렸다. 오펜하이머는 원자폭탄을 개발했지만, 원폭 사용을 금지하는 운동에 헌신했다. 전 세계 과학자와 지식인, 도덕적 리더, 정치인 등이 모여 미래기술의 올바른 사용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질의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가.

응답 :“여전히 기술발전에 소외된 이들이 많다. 전 세계 40억명의 인구가 아직도 인터넷 접근성을 보장받지 못한다. 기술발전이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켜선 안 된다. 수명 연장과 편의 증진 등에만 AI를 쓸 게 아니라 수자원 문제, 생물다양성 보호 등 지구적 도전과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적으로 투입해야 한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지속가능한 발전은 불가능하다.” 

질의 :‘뉴 휴머니즘’과 휴머니즘의 차이는.

응답 :“‘뉴 휴머니즘’은 기존엔 빠져 있던 세 가지가 강조된다. 첫째는 자연과의 연결고리로서의 인간이다. 인간만을 위해 살 게 아니라 멸종위기생물이나 기후변화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 둘째는 다양한 환경을 가진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문화다양성이다. 셋째는 여성·남성의 권익을 모두 보장하는 양성평등이다.” 

질의 :미래엔 대다수 일자리가 사라질 전망이다. 인간은 어디서 삶의 목적을 찾아야 할까.

응답 :“많은 직업이 사라지겠지만, 우리가 상상하는 만큼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다. 인간이 가진 창의성과 감정은 AI와 차별화된다. 미래에 삶의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은 공동체다. 로봇의 자동화로 인간은 육체노동으로부터 더욱 자유로워진다. 우리에게 생긴 여유를 사회적 불평등을 없애고 자연을 보존하는 데 써야 한다. 그럼 삶의 가치와 보람도 커질 거다.” 

질의 :새로운 일자리에 대비하고, 공동체의 가치를 확산시키려면 교육도 변해야 할 것 같다.

응답 :“4차 산업혁명을 기술과 산업의 관점에서만 보는 경우가 많지만 핵심은 교육과 문화다. 산업혁명 직후에 만들어진 지금의 교육시스템은 변화의 속도가 빠른 미래 사회엔 적합하지 않다. 또 경쟁과 발전에만 치중해 왔기 때문에 앞으론 ‘세계시민’으로서의 역량을 기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특히 대학은 경제활동에 필요한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는 동시에 공동체에 기여할 세계시민을 만드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질의 :달라진 시스템에서 교수·교사의 역할은.

응답 :“교사가 존재하는 목적은 지식과 가치관의 가이드, 멘토 역할을 위해서다. 학생들의 마음을 열고 각자의 가능성을 발견해주는 일, 창의성을 키워 혁신의 습관이 몸에 배도록 하는 것, 올바른 윤리·도덕적 가치를 익히도록 돕는 게 교사의 역할이다.” 

질의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할 계획인가.

응답 :"한국은 불과 반세기 만에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최첨단 과학기술을 보유한 국가로 발전했다. 그 밑바탕엔 교육에 대한 열정과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 있다. 이것은 미래 사회에서 매우 훌륭한 자원이다. 또 한국인들은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지 많은 대가를 치르며 깨달았다. 강단에 서서, 또는 사회활동을 통해 이런 교육과 문화·평화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리는 데 노력하겠다.”

2월 21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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