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신문 | 2014.02.05] 김준혁 교수 칼럼


▶ 1693년(숙종 19년) 봄, 경상좌수영 군인 출신 어부 안용복과 어부 40여 명이 탑승한 대형 선박 한 척이 울릉도로 들어왔다. 안용복이 울릉도에 도착했을 때 섬에는 이미 왜선(倭船) 여러 척이 조업을 하고 있었다. 이를 보고 분노한 안용복은 "함부로 조선 땅을 침입했다"며 왜인들에게 호통을 쳤다. 당시 부산에 있는 왜관(倭館)에 자주 드나들어 일본어에 능숙했던 안용복의 호통에 깜짝 놀란 왜인들은 결국 자신들 근거지로 돌아간다. 그런데 안용복은 이에 그치지 않고 왜인들을 뒤쫓아 일본 돗토리현 호키(伯耆)주까지 가게 된다. 당시 안용복은 무관 복장을 하고 자신이 `울릉자산양도감세(鬱陵子山兩島監稅)`라 행세하며 호키주 태수와 에도 막부 관리들에게 울릉도와 독도 등 그 일대 섬이 조선 영토임을 주장한다. 안용복을 조선 정부 관리로 착각한 막부 측은 안용복의 논리적인 주장에 `울릉도와 그 일대 섬은 조선 땅이므로 앞으로 일본 어부 출입을 금지시키겠다`는 문서를 발행해준다. 안용복은 비록 정부 관리로 거짓 행세를 하긴 했지만, 당시 조선 정부도 하지 못했던 일을 한 개인이 자발적으로 했다는 점에서 그의 공로는 높이 평가해야 한다.

사실 조선은 임진왜란 이후 울릉도와 주변 섬들이 너무 멀어 세금을 거두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섬에 살지 못하게 하는 공도(空島) 정책을 썼다. 현재까지 한ㆍ일 간 독도 분쟁 빌미를 제공한 잘못된 정책이었다.

지난달 30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참의원 본회의에서 독도 영유권 문제에 대해 "국제사법재판소(ICJ) 단독 제소를 검토 중"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즉각 "ICJ 제소 검토 운운 자체가 허언이고, 무의미한 짓이란 것을 스스로 잘 알 것"이라고 일축했다.

과거 역사 자료에서 독도가 우리 땅임을 밝힌 수많은 근거들이 있다. 우리 정부와 국민은 일본의 얄팍한 술수에 휘둘리지 말고 진중한 자세로 독도 문제에 접근하고 해결해야 할 것이다.


김준혁,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2월 5일자 매일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