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신문 | 2014.02.26] 김준혁 교수 칼럼
▶ 미국 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일본 사무라이 정신을 높이 숭상했고 일본인을 좋아했다. 그리고 그는 19세기 말 사회적ㆍ정치적 혼란으로 흔들리고 있던 조선에 대해 경멸감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 주한 미국공사인 알렌은 루스벨트에게 일본의 한반도 지배 야욕이 커지고 있어 극동에서 미국과 대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루스벨트는 동북아시아에서 일본을 키워 러시아의 남하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1905년 1월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우세해지자 그는 "조선인들은 자신을 방위하기 위해 한 주먹도 날릴 수 없기 때문에 미국은 조선을 위해 개입해 줄 여지가 없다"며 한반도에 대한 지배권을 일본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 더구나 루스벨트 지시를 받은 미국 육군장관 태프트(W H Taft)는 1905년 7월 29일 도쿄로 가서 일본 총리 가쓰라(桂太郞)와 함께 비밀 협정에 서명한다. `태프트-가쓰라` 밀약이라 불리는 이 서명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일본은 필리핀에 대해 하등의 침략적 의도를 품지 않고 미국의 지배를 확인한다. 둘째, 미ㆍ일ㆍ영 3국은 극동 지역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동맹 관계를 유지한다. 셋째, 러일전쟁 원인이 된 조선은 일본이 지배할 것을 승인한다. 당시 조선 사람들은 미국이 자신들을 일본 영향력에서 벗어나게 해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미국은 조선을 돕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일본에 우리나라 지배권을 넘긴 셈이다.
최근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한ㆍ미 관계` 보고서에서 동해 명칭을 `일본해(Sea of Japan)`로 단독 표기하고 독도와 다케시마(Takeshima)를 동시 표기한 사실이 알려졌다. 그동안 한반도 관련 보고서에 `Sea of Japan(East Sea)`으로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하고 독도만을 쓰던 방침을 철회한 것이다.결국 미국은 일본과 관계를 의식해 다시 한 번 우리나라 국민을 실망시켰다. 더 이상 미국이 과거와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란다. 동해와 독도 표기, 반드시 제자리로 돌려놔야 한다.
김준혁,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2월 26일자 매일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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