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2014.08.11] 우리가 요구하는 대학
[특별기고] 유정완 후마니타스칼리지 학장 
▶이 시대 우리의 대학(大學)은 피곤하다. 대학이 추구하는 모습과 사회가 요구하는 모습에는 괴리가 있다. 이제는 '대학 본연의 자율성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마저 무색케 한다.
대학 본연의 기능은 무엇인가. 사회가 변화하는 매 시기마다 새롭게 대학에 요구하는 모습은 무엇인가. 왜 우리 사회 대학들은 개혁하고 변화해야 하는 무기력한 대상으로 전락했을까. 이런 대학의 모습 속에서 어떤 가치를 가지고 미래 대학의 위상과 목표를 정해야 할지 난감하다.
요즘 대학 관련 광고를 보면 '우리는 어떤 특성화를 진행한다든지' '우리 학교의 유망 학과는 어떤 곳이라든지''대학평가에서 우리 대학은 어떤 분야에서 몇 위를 차지했다'는 등의 문구로 가득 차 있다. 이런 줄세우기와 순위 경쟁 속에서 대학 본연의 길을 가는 대학은 정말 드물다. 대학의 홍수 속에서 진정한 대학의 모습을 찾을 수 없는 아이러니가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우리가 요구하는 대학은 무엇일까. 과연 대학 본연의 길은 존재하는 걸까. 대학의 역사까지 언급하지는 않더라도, 대학이 학문탐구의 영역과 교육을 담당하는 공익 기관이라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중세 이후 교양 또는 인문학이라는 분야가 활성화하면서 대학의 학문적 영역과 교육적 영역이 정립됐다. 이 과정 속에서 대학 본연의 모습이 생겨났다.
현재보다 더 나은 미래, 좀 더 나은 인간의 모습을 추구하는 한가운데 교육과 학문 탐구의 영역이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좀 더 나은 세계를 만드는 게 대학이 추구해 온 본연 가치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사회는 대학의 취업률을 가지고 대학을 평가하는 경향이 만연하다. 이 기준에 따라 대학마다 취업률을 높이려고 몸부림치기도 한다. 슬픈 현실이 되풀이된다.
물론 취업은 개인이 사회 일원으로서 사회에 기여하고 자기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취업 자체가 대학에 입학하고 졸업하는 궁극적인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 교양을 통한 더 나은 인간의 양성이 대학교육의 중심이라면, 취업은 이렇게 양성된 인재가 선택하는 여러 선택지 중 하나여야 한다. 주객이 전도되고 수단과 목적이 거꾸로 된 이 현실 속에서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이런 현실이 지배적 논리가 된 것이다.
선택과 집중, 서열화라는 경쟁 논리 속에 대학 본연의 철학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인간으로 구성된 사회 속에서 인간 소외를 극복하고 배척하려는 대안적 사고와 상상력이 존재하고 유지될 때 대학의 본래 기능, 좀 더 나은 우리 사회의 미래가 우리 앞에 온전히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대학이 대학 본연의 모습으로 존재할 때 그 구성원이 추구하는 가치와 다양한 사고, 고민이 중첩되고, 좀 더 나은 대학의 미래를 위해 고민하고 공유하는 자리가 실현될 때 미래의 대학은 구체적으로 우리 앞에 다가올 것이다. 대학이 본연의 모습을 하루속히 되찾을 때 우리가 목도하는 온갖 참혹한 사건과 사고가 줄어들게 될 것이다.
유정완, 후마니타스칼리지 학장
8월 11일자 조선일보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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