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마니타스칼리지-대학주보 공동기획 고전의 사계40: 『에밀(Emile)』
정상인이냐 불구자냐 : 장 자끄 루소, 『에밀』
프랑스 국민은 프랑스혁명 기간 동안 장 자끄 루소(1712-1778)의 《에밀》(1762)에 빠져들었다.《에밀》은 당시 베스트셀러였다.《에밀》은 '에밀'이라는 허구의 남자 주인공이 이상적인 교육자를 통하여 이상적 인간으로서 성장되는 과정을 표현한, 소설형식의 교육사상론이자 인간론이며 문명비평론이다. 《에밀》의 어떤 면이 흡인력을 발휘하였는가?
루소는 38세에 디죵 아카데미 현상공모에 논문 <학문과 예술론>(1750)이 당선되었다. 그는 수상 소식을 듣는 순간 새로운 정신적인 세계가 열리는 것을 체험하였다. 루소는 사회적 영달을 누리려는 희망이 허무한 것임을 깨닫는다. 그래서 그는 사회적 지위와 사교계의 화려한 생활로부터 떠나는 '외적 개혁' 및 도덕적 정신세계에로의 전향인 '사상개혁'을 단행한다. 그 결과 《에밀》이 탄생했다.
루소는 선과 악이라는 서로 극단으로 대립되는 가치 잣대들을 만물에 들이대고서 인간이 만든 사회제도 및 문명 전체를 단죄한다. 그는 이기심으로 주조된 사회 제도를 통하여 형성된 인간자아를 정신적 '불구' 라고 규정한다. 그에게 이상적인 인간은 자연인이며 교육의 모토는 '아무런 교육을 하지 않는 것처럼 교육하기'이다.
루소의 '자연인' 교육론은 루소 당시까지 인간과 사회를 움직이고 변화시킨 사상 중에서 가장 혁명적인 사상의 하나였다. 《에밀》이 발표되자 루소는 고발되고 그에 대한 체포령이 떨어졌다. 루소는 박해와 불행의 폭풍에 휘말리어 8년 동안 유럽 각지를 떠돌아다니게 된다. 이 동안 루소 편에서 자신의 소신을 굽히는 타협이란 일체 없었다. 이런 루소의 모습에 혁명기의 프랑스인들은 열광하였다.
자연인 에밀은 어떤 인간성을 갖고 있는가? 사회적 신분에 따른 인간 차이가 아니라, 만인 평등성을 믿는다. 화려한 사회적 지위를 누리는데 관심이 없다. 자기애를 이기심으로 타락시키지 않고 인류애로 발달시킨다. 괴로운 처지에 놓인 타인에 대한 동정심을 느낀다. 죽음을 피해 오래 살기가 아니라 짧더라도 보람있게 살다 죽기를 택한다. 권위에 수동적으로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 행동한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경쟁자로 삼아 진보한다. 도덕적 의무 자체에 대해 즐거움을 느낀다.
에밀의 이런 인간 특성들은 루소 시대뿐만 아니라 오늘날 인류의 사회제도, 교육방침, 기성관습에 대한 거대한 도전임이 간파되는가?
루소의 ‘자연인’ 교육론은 루소 당시까지 인간과 사회를 움직이고 변화시킨 사상 중에서 가장 혁명적인 사상의 하나였다.
세월호 사건으로 한국사회가 진동했던 지난 학기 모대학교 교양 강의에서 필자는 120명 가량의 수강생들에게 물었다.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부모님이나 선생님을 통해 타인을 위해 생명을 던지라는 말을 한 번이라도 들어 본 적이 있는 사람 손들어 보시오."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스스로와 수강자들에게 물었다."왜 손을 들지 않았는가요?" 이어서 필자가 말했다.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부모님이나 선생님을 통해 남보다 더 잘 살아야한다는 말을 들어본 사람 손들어 보시오." 대다수가 손을 들었다. 필자는 자신과 수강자들에게 물었다. "왜 손을 들었는가요?"
3세기 전 '인간' 에밀이 이원적 도식을 가지고 현대인들을 압박한다.
나와 너는 정상인이냐 불구자냐? 나와 너는 인간이냐 비인간이냐?
김인석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9월 28일자 대학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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