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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마니타스칼리지|2017.02.17] 제9회 교양교육 학술심포지엄 "고전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지난 2월 17일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양교육연구소(소장: 이영준 교수)가 주최한 제9회 교양교육 학술심포지엄이 청운관에서 열렸다. 이번 심포지엄은 “고전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부산대, 동국대, 한양대, 연세대학교의 교양교육과정 중 고전읽기 강좌의 현황과 문제, 그리고 개선방안에 대한 토론이 진행되었다. 아래 내용은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글의 일부 내용이며,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양교육연구소 홈페이지에서 전문을 열람할 수 있다.

대학 교양교육에서 고전읽기 교육 -부산대학교 <고전읽기와 토론> 강좌를 중심으로

허남영 (부산대학교)

학생들의 고전 이해와 독서량 부족 현상은 대학이 해결해 나가야할 주요 과제가 되고 있으며, 국내 주요 대학들은 고전과 관련한 교양교육을 강화하는 추세에 있다. 기업에서도 실무적인 지식과 더불어 사회성, 창의성, 도덕성을 갖춘 인재의 양성을 대학에 요구하고 있는 지금, 고전에 관련한 교과목 개설은 필수적인 흐름이 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고전’은 대학교양교육에서 학생들에게 충분한 독서를 권장하며 기초 사유를 강화하고 통합적 시각을 배양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는 분위기다. 교양교육에서 운영되어 온 비판적 사고에 바탕을 둔 쓰기와 말하기 교육(의사소통능력교육)은 전공학습의 진입에 필수적인 사고력과 표현력을 배양한다는 점에서 효과적으로 평가 받았다. 그러나 대학의 본질적 목적인 ‘인문적 소양’의 함양은 단순히 의사소통능력 교육만으로 충족되지 못한다. ‘인문학적 교양’, 즉 인간과 세상에 대한 이해는 삶의 다양성에 대한 인식과 문화적 유산에 대한 탐구를 통해 성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내용이 중핵교양과정을 통해서 제공할 수 있지만, 영역별 선택과 강의 위주의 현 교육 현실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그 방안으로 ‘고전’이 제시되며, ‘고전’은 다양한 지식과 혜안이 담긴 텍스트이자 지식과 사고력의 원천으로 수업에 효과적인 매체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전제한다. 부산대학교 <고전읽기와 토론> 강좌는 이러한 배경에서 개설되었으며, 사회적 맥락에 따라 고전을 비판적으로 읽으면서 지식을 재생산하고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학생들에게 가르쳐 주고자 했다. 본 강좌는 학생들의 사고력 증대와 통섭교육을 교육의 기본 목표로 두고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융합된 다양한 고전들을 선택해 읽히며, 그 과정에서 문제를 발제하여 토론할 수 있도록 수업을 구성한다. 그리고 강좌의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서 매학기 강좌에 대한 학생과 교수자의 의견을 수렴하여 강좌의 발전적 운영 방안을 모색해 가고 있다.

대학교양과 고전교육 발전에 관한 제언 -동국대 <세계명작세미나>강의를 중심으로

문경연 (동국대학교)

급변하는 21세기 지식기반사회는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고 그에 상응하여 대학교육과 교양교육의 장은 지속적인 혁신을 모색하는 중이다. 동국대학교의 교양학부대학인 다르마칼리지(Dharma College)는 2014년 교양교육과정을 전면 개편하고 매년 교양교육 강 화에 힘쓰고 있다. 다르마(Dharma)는 인도의 산스크리트어로 만물을 지배하는 법칙이나 이치 또는 인간이 갖추어야 할 의무나 도리 등을 의미하는 단어다. ‘다르마칼리지’는 21세기 지구 시민사회의 보편적인 지식과 덕성을 구비한 인간 양성에 기여하고자 하는 동국대학교 교양교 육이념을 집약적으로 제시하는 명칭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르마칼리지 교양교육은 21세기 시민에게 직업적 지식의 범위를 넘어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인간 문화에 대한 이해 능력을 향상시키고, 문과이과의 구분을 넘어선 다전공 지식융합형 인재양성을 목표로 한다. 다르마칼리지의 공통교양과정10)은 인문, 사회, 자연, 기술 모든 분야에 공통되는 지적 소양을 학생들에게 육성시키기 위해 ‘인류문화의 토대’를 이루고 있는 학 문 및 예술 분야의 ‘고전’ 학습에 높은 비중을 두고 강의가 기획되었다. 고전교육을 지향한 대표적인 강의가 ‘세계명작세미나(Great Books Seminar)’이다. ‘존재와 역사(명작세미나)’, ‘경제와 사회’, ‘자연과 기술’, ‘문화와 예술’, ‘지혜와 자비’ 등 5개 영역으로 명작을 나누고 총 4 학기에 걸쳐 명작 100권을 독파하는 강좌다. 교수의 일방적인 강독식 강좌가 아니라 교수와 학생이 쌍방향적으로 참여하고, 토론을 통해 학생 상호간 교섭적 방식으로 진행되는 세미나형 강의를 지향하고 있다. 공통교양과정으로서의 ‘세계명작세미나’의 특징 중 하나는 PD(Program Director) 교수 제도를 도입해 각 영역 PD교수들의 주관 아래 교과목이 운영 관리 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모든 교강사들은 PD 교수의 주관 아래 강의계획서와 강의운영 매뉴얼을 일정 양식에 따라 표준화하고, 매뉴얼에 따라 강의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강의 의 질을 보장하며, 매 학기 개선사항을 보완·반영하여 매뉴얼을 개발하고 있다.

고전 읽기의 즐거움? -누구를 위한 고전 교육인가

박영미 (한양대학교)

『하버드 학생들은 더 이상 인문학을 공부하지 않는다』의 저자는 “세계 어디에서나, ‘폭넓은 지식을 함양하는’ 교양 교육이라면 미국과 미국의 크고 작은 대학들을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정작 미국 내에서 교양 교육은 기피의 대상이다.”라며 미국 대학의 인문 교양교육이 처한 현실을 고백한다. 이와 반대로 최근 5~6년간 한국 대학의 인문 교양교육에 대한 열기는 오히려 높아져 가는 것 같다. 이 상반된 상황을 비교해보면 한국 대학의 교양교육 방향이 더 긍정적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나는 그렇다고 쉽게 동의할 수 없다. 왜냐하면 현재 눈에 보이는 ‘대학의 인문 교양 교육에 대한 열기’ 뒤에 있는 역설적인 풍경들 때문이다. 철학과에서 철학원전을 읽는 전공수업이 수강생 미달로 폐강 될 수 있음을 경험한다. 『리딩으로 리드하라』(2010), 『인문학으로 스펙하라』(2012)와 같은 인문 고전 읽기를 독려하는 책들이 크게 환영받는다. 홍대 상상마당에서 『청춘의 고전』이라는 옴니버스 강의를 한다. 생각보다 많은 수강생들에 놀란다. 이후 도서관 등에서의 인문고전과 관련된 강의 요청이 많아진다. 한양대 에리카캠퍼스에 고전읽기 강좌가 개설된다. 거의 유일한 고전읽기 강좌였지만 개설 4학기만에 없어진다. 한양대 서울캠퍼스에 핵심 교양으로 ‘고전읽기 영역’이 만들어진다. 학계에서는 더 오래전부터 인문학이 위기라고 목소리를 높였었다. 그러나 인문학이 위기라는 학계의 자기진단을 비웃기라도 하듯 출판 시장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강좌에서 ‘인문학’ ‘고전 읽기’는 높은 관심을 얻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도 인문학 연구를 지원하는 ‘HK 사업(인문한국지원사업)’, 학부교육 우수 모델의 창출을 지원한다는 ‘ACE 사업(학부 교육 선진화 선도 대학 육성 사업)’, 최근의 ‘CORE 사업(대학 인문 역량 강화 사업)’ 등의 재정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에 따라 많은 대학에서, 특히 이들 사업을 지원 받은 대학들에서 인문 교양교육, 고전교육은 이전과 달리 눈에 띄게 강조되었고 관련 강좌도 늘어났다. 그렇지만 앞서 토로했듯이 전공 수업에서도 고전을 읽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았고, 인문 교양 또는 고전 교양강좌에 대한 학생들의 호응도 그다지 높지 않았다. ‘인문학’ ‘고전 읽기’에 대한 대중의 관심, 정부의 지원, 대학의 발 빠른 부응(副應)이 보여준 모습과 이를 실제로 수행하는 학자 및 교수자, 학생이 보여준 모습은 그 명암이 뚜렷했다.
사람들이 고리타분하다며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인문 서적과 고전을 찾기 시작했다. 전에 없었던 ‘인문학 부흥’이라 해도 될 만한 상황이다. 그런데 이 풍경이 낯설지 않다. 우리 사회의 ‘자기계발서’를 향한 열광, ‘멘토링’과 ‘힐링’을 찾던 그 자리에 ‘인문학’과 ‘고전’이 바뀌어 놓아졌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자기계발’이든 ‘멘토링’과 ‘힐링’이든 또 ‘인문학’과 ‘고전’이든, 이것들을 필요로 한 것은 우리 사회의 결핍일 것이다. 대중들의 필요를 잘 파악한 이들에 의해 증폭되었거나 왜곡되었을 가능성은 있지만 우리 사회의 결핍이 그것을 보충하거나 해소할 것을 찾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교육의 종말과 고전 ‘교육’ -연세대 Great Books & Debate 교과목 사례를 중심으로

진영복 (연세대학교)

교양 교육은 다양한 학문 맥락으로 전이될 수 있는 정신적 태도와 방법을 가르친다. 이를 성취하기 위해 교양교육은 읽기, 토론하기, 쓰기를 결합하여 세미나식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쓰기는 학생들로 하여금 화제에 대해 좀 더 폭넓게 사고하고 자신의 생각과 텍스트의 내용을 연결시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때 글쓰기는 정보들을 수집, 획득하는 것보다는 정보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보다 상위 수준의 학습 목표들을 성 취하는 데 도움을 준다. 글쓰기는 사고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를 창출한다고 말한 벤야민의 함의는 여기에 있을 것이다. 글쓰기를 통해 학생들은 사색자의 감각과 의식을 키운다. 왜냐하면 사색자 의식이 있어야 읽기를 할 때에도 단순히 정보를 기억하거나 이해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생각에 기반한idea-based 읽기를 하게 된다. 또한 사색자 의식이 있어야 읽기를 하는 과정에서 독자를 인식하며audience awareness 다양한 사유를 모색한다. 결과적으로 사색자 의식은 더 대화적이고 창의적으로 읽게 한다. 교양 교육에서 세미나식 운영이 중요한 이유는 학생들이 토론과 대화, 쓰기를 통해 교수자의 기대 수준을 알게 하기 때문이다. 교수자의 기대와 학생들의 수행 사이에는 양적 상관관계가 있다. 교수자는 학생들에게 특정한 행동과 성취를 기대하고 학생들이 교수자가 기대하는 행동과 성취가 무엇인지 알게 되면 학생들의 자아 존중감이 높아지고, 성취동기는 상승한다. 교수자와 학생과의 유대는 교수자가 의미 있는 방식으로 학생들의 성공과 실패에 관여하여 교 수자와 학생이 매우 긴밀하게 작업하는 과정에서 생성된다. 그러려면 학생과 교수자의 학문적 유대가 읽기 과정, 토론 과정, 쓰기 과정에서 지속될 수 있는 최적의 교육 방법은 세미나식 수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