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주보|2017.10.15] 출범 7년차 후마, 다시 한번 비상을 꿈꾸다

▶2011년 출범해 지난해 대형 교육과정 개편을 진행한 후마니타스 칼리지(후마)가 이번에는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서울캠퍼스(서울캠)와 국제캠퍼스(국제캠) 후마는 올해 7월 ‘재도약을 위한 특별보고서 위원회(특보위)’ TF(Task Force)를 구성하고 고질적인 문제를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캠 이영준 학장은 “후마가 초창기에 세웠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음에도 현상태에 안주하고 있는 것에 위기감을 느꼈다”며 “이번 재도약을 통해 후마의 매너리즘을 극복하고 Education에서 Learning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학장은 “Education은 지식 그 자체를 가르치고 학생들은 수용하는 입장이라면 Learning은 학생의 능동성에 기반 해 각자의 생각을 도출해내고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것이 중심이다”고 덧붙였다.

​국내 여타 대학들이 너도나도 기업논리에 입각한 실용적 학문을 좇던 2011년, 우리대학은 ‘대학다운 대학’을 지향하고자 ‘후마의 출범’을 통해 인문학을 선택했다. 당초 후마는 ‘학문과 평화의 새로운 전진’과 ‘국내 대학을 선도하는 진정한 교양교육의 패러다임’이라는 높은 기대감을 안고 출발했으나 현실의 벽은 녹록치 못했다. 후마가 출범되기 이전과 그 직후부터 강좌 수 부족, 절대평가로의 전환, 교양교육의 차별화 등의 문제점이 속속 제기됐다. 이 문제들은 출범 7년차가 된 현재까지도 후마의 고질병으로 남아있다. 특보위는 이러한 점에 주목해 ‘후마니타스칼리지 재도약을 위한 특별리포트’에서 스스로 문제점을 진단했다.

이번에 새롭게 제시된 후마의 비전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지속 가능한 미래사회를 여는 글로벌 교양교육’이다. 이는 이전의 비전인 ‘더 성숙한 인간, 더 나은 인간, 더 유용한 인간이 되어 사회로 진출할 수 있게 하는 것’보다 구체화된 것이다. 서울캠 이영준 학장은 “새로운 비전이 이전과 다른 점은 학생의 능동성을 강조한다는 것에 있다”며 “이전 후마가 ‘지식의 전수’하는 면이 강했다면 이번의 재도약은 학생의 목소리로 후마를 만들고 능동적인 학습태도를 가지고 미래를 창조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러한 비전과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후마에서 내놓은 혁신안은 크게 3가지다.

먼저 학사운영 부분이다. 지난 20일 서울캠에서 열린 후마 공청회에서 학생들이 가장 많이 짚었던 문제점은 ‘일방향적, 주입식으로 이루어지는 수업방식’에 관한 것이었다. 이를 해결하고자 후마는 전 교과에 ‘발표-토론-글쓰기’방식을 도입하고, 전반적인 역량을 평가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 25일 국제캠에서 열린 ‘후마 재도약을 위한 학생의견수렴 공청회’에서 특보위 이준태 교수는 “교양교육은 고민과 토론이 주된 수업 내용이 된다”며 “평가방식에 절대평가, 표준학점제, Pass/Non-pass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후마의 혁신안 중에는 현재 약 70~80명에 해당하는 중형강좌를 줄이고 1,000명 이상의 대형강좌와 50명 이하의 소형강좌를 운영하겠다는 것이 포함되어있다. 온라인 강좌 개발을 활성화 해 1,000명 이상을 수용하도록 하고 나머지 50명 이하의 소형강좌들은 오프라인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다. 그 외에도 AI시대 미래인재를 위한 프로그램의 신규개발 및 온라인 영어강좌 등이 계획에 있다.

두 번째는 중핵, 배분이수, 자유이수 등 교과운영을 개선한다는 안이다. 중핵교과에서는 강좌 당 수강인원 수 감축을 제시했다. 대학본부가 그간 재정 문제를 이유로 강좌 수 증설에 회의적인 입장이었음을 고려하면 고무적인 시도다. 서울캠 후마 이영준학장은 “글쓰기, 발표, 활발한 토론을 하기 위해서는 일단 한 강좌 당 학생 수가 적어야 한다”며 “중핵교과 강좌 당 수강인원을 현재 45명에서 35명 선으로 줄여 21개의 강좌를 더 개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대학본부도 이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외 후마는 배분이수과목이 전공과의 간격을 좁히고, 과목 자체의 발전을 위해 단과대학 교수와 후마 교수가 함께하는 ‘배분이수과목 발전위원회’의 설립을 혁신안에 담았다. 또한 배분이수교과와 중핵교과를 연동시켜 중핵교과에서 다루는 과학혁명, 계몽 등에 대한 주제별 심화과정 개발이 계획안에 들어갔다. 자유이수교과에서는 ‘학문’보다 ‘타인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기술’에 집중해 예술 축제와 체육대회를 개최하고 GSC와의 협력으로 문명탐방 프로그램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후마 혁신안에는 현재 후마 교수진에 대한 운영방안을 담았다. 이번 해 6월에도 “저희는 후마의 중핵교과 소속 객원교수·시간강사들입니다”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대자보가 붙어 비전임교원 처우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오랜 비전임교수 처우문제를 청산하고자 이번 혁신안에는 ‘우수교수 확보를 위한 인사 위원회 상시운영’ 등이 포함됐다.

서울캠 후마 공청회에서 이 학장은 “직업의 안정성에 대한 걱정을 일정부분 해소해야 한다는 것에는 학교도 동의하고 있으며 현재 안정화시키기 위한 조건문제는 서로 협의중”이며 “적어도 10월 말까지는 마스터플랜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임교원 전환 문제에는 “객원교수를 전부 전임교원으로 하는 것은 재정 부담이 크고 타 단과대학 객원교수와 관련해 형평성의 문제가 있어 단정 짓기 힘든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혁신안에서도 해결되지 못한 부분이 남아있다. 대표적인 것이 양 캠퍼스간 좁혀지지 않는 전공의 교양인정에 대한 시선차이다. 전공이수 학점이 타 단과대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공과대학 및 미술대학 학생들은 후마 측에 지속적으로 ‘전공과목을 들으면 배분이수과목으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해왔다. 서울캠 대부분의 학과가 단일전공시 졸업을 위해 들어야 하는 전공학점이 50~60학점인 반면 공대의 학과들은 이수해야 하는 전공학점이 80학점을 넘나들어 교양 33학점을 듣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제캠 공청회에서 국제캠 후마 김성수 학장은 “단과대학별 후마교육 위원회 설립으로 공과대학 수요에 맞는 교육을 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교양을 각 단과대학의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캠 이 학장은 “교양교육은 사람살이의 기본에 대한 교육이며 교양과 전공을 결합시키는 전공연계성은 추구할 수 있지만 일부에서 주장하는 전공기초를 교양으로 인정해달라는 것은 교양교욱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혁신안은 지난 9월 양 캠퍼스 5,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와 공청회를 통해 세부내용의 수정 및 보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10월 안에 후마는 재도약 선언문을 공표할 예정이다. 이번 후마 재도약에 관해 윤해원(언론정보학 2016) 씨는 “그간 후마와 학생 소통이 미비했는데 이번 기회로 활발한 소통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서울캠 공청회에 참여한 박원규(사학 2014) 씨는 “학장이 먼저 나서서 학생들과 공청회를 제안하고 학생과 소통하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후마가 우리대학의 미래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공청회, 설문조사 뿐 만 아니라 후마 행정실에 들어오는 민원이나, 학생들의 일상적인 요구사항 또한 적극적으로 수용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양윤주 기자
10월 15일자 대학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