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주보|2014.11.10] 김시천 교수 칼럼
[고전의 사계] 고대 중국의 문학과 철학의 보고(寶庫)《장자(莊子)》
▶ 장자(莊子)는 노자(老子)와 더불어 고대 중국의 도가(道家)를 대표하는 문헌으로서, 때때로 이 둘을 묶어 ‘노장’(老莊) 철학이라 부르기도 한다. 전통적으로 장자는 전국(戰國) 시대의 맹자(孟子)보다 약간 늦은 장주(莊周)가 지었다고 하는데, 오늘날에는 전체가 장주의 저술로 생각되지는 않지만 대체로 ‘그’의 사상을 담은 철학 저술로 평가된다.
장자는 그 첫 두 편인 「소요유」(逍遙遊)와 「제물론」(齊物論)의 ‘소요’와 ‘제물’이 크게 유행될 정도로 동아시아 사상에서 커다란 영향을 미쳐왔다. 특히 한대(漢代)에 발흥한 도교 전통과 위진(魏晉) 이래 문학과 예술 분야에 미친 영향은 매우 크다. 그럼에도 장자가 늘 동아시아 사랑받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장주가 흔히 전국 시대의 사상가로 알려져 있지만 장자는 전국 시대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책이었다.
어떤 이들은 한(漢) 왕조 때 회남자를 지은 유안(劉安)이 장자를 편찬하였다고 본다. 왜냐하면 유안 이전에 장자라는 책은 존재했을 가능성이 의심스럽고, 역사가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장자라는 책이 역사 기록에 출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행하기 위해서는 더 뒤늦은 위진 시대를 기다려야 했다. 파란만장한 영웅 소설 삼국지(三國志)의 시대가 끝이 날 무렵 등장하는 죽림칠현(竹林七賢)의 시대에 이르러 장자는 지식인들 사이에 유행하였다. 오늘날 우리가 읽는 장자는 이 시대에 편집된 책이다.
전통 지식인들의 장자에 대한 평가 또한 다양하다.
동진(東晋)의 왕탄지(王坦之)는 《장자》를 없애버려야 할 책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한 바 있고, 유학이 다시 주류가 된 송명(宋明) 이후에는 이단의 책으로 낙인찍히기도 하였다.《장자》의《어부》(漁父)나《도척》(盜)편에서 유학을 비판한 내용이 유학자들에게 비난의 표적이 된 것이다. 하지만 역사의 아이러니라 할까, 오히려《장자》가 사랑받은 것 또한 송명 시대부터이다. 유명한 장자 주석서를 낸 송대의 임희일(林希逸)은 유가의 경전인《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이나 사마천의《사기》조차 미치지 못하는 위대한 문장이《장자》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장자》는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비판, 비운의 운명을 살아가는 절망한 지식인들의 위안, 예술적 해방의 정신, 도교적 양생의 선구였다. 또한 은둔한 지식인들의 사상서로 생각되기도 했다. 특히 20세기 서구 사상과 만나면서《장자》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된다. 강력한 사회 비판과 해방의 철학, 자유와 평등의 옹호자, 합리적 자연관, 신비 체험의 대명사로《장자》는 각광을 받는다. 특히 이데올로기화된 권위주의적 사상에 대한 비판 철학으로《장자》는 거듭 태어나게 된다.
《장자》는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비판, 비운의 운명을 살아가는 절망한 지식인들의 위안, 예술적 해방의 정신, 도교적 양생의 선구였다.
오늘날《장자》는 단순히 어느 하나의 학문 영역에 해당하는 책으로 규정할 수 없다. 이미 한(漢) 나라 때부터 문학 이론과 도교(道敎)의 성립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것은 물론, 불교(佛敎)가 중국에 수용될 때에는 이론적 가교의 역할도 했다. 더구나 유안이 편찬한《회남자》(淮南子), 굴원(屈原)의《초사》(楚辭) 그리고《산해경》(山海經)과 더불어《장자》는 고대 동아시아의 신화와 우주론, 원시 종교 사상을 연구하는 데에도 중요한 자료가 된다.
또한《장자》에 나오는 갖가지 비유적 이야기들은 후대에 문인과 시인들의 작품 창작에서 중요한 소재가 되기도 하였으며, 세속의 풍파에 찌든 지식인들에게는 늘 마음의 위안이 되는 벗이자 지혜의 보고이기도 했다. 그것은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김시천, 후마니타스 교양교육연구소 연구원
2014년 11월 10일자 대학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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