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한 사람이 신뢰와 존경과 사랑의 대상이 된다
[대학주보|2014.11.24] 윤원근 교수 칼럼
[고전의 사계] 이기심이 아니라 동감이야!《도덕 감정론》
▶ 애덤 스미스(Adam Smith)의 사상에 대한 통속적 이해는 다음과 같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경쟁하면서 이기심을 추구하도록 시장을 자유롭게 방임하라. 그러면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자동적으로 조화를 이루게 되어 있다.’ 이런 이해가 맞다면 스미스는 진짜 바보다. 어떻게 모든 사람이 이기심을 자유롭게 추구하도록 내버려 두는데 자동적으로 조화가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이런 바보가 어떻게 경제학의 아버지일까? 경제학은 바보 학문인가? 그러나 통속적 이해가 잘못되었다면 그렇게 이해한 사람들이 바보다.
누가 바보일까? 스키델스키(Skidelsky) 부자는《얼마나 있어야 충분한가》라는 책에서 통속적인 이해를 따라 스미스가 이기심이 중력의 역할을 한다고 보았으며, 탐욕을 이기심으로 정당화했다고 주장했다. 그렇지 않다. 스미스는 이기심이 아니라 동감을 중력으로 보았다. 스미스는 이기심을 긍정하였지만 동감의 범위 안에서 작동하는 생산적인 이기심을 탐욕이라 불리는 과도한 이기심과 구분하였다.
스미스는 《도덕 감정론》에서 인간사에 작용하는 두 차원의 자연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하나는 사물의 자연적 진행이다. 이것은 사물들 간의 인과관계에 대한 지식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사물의 자연적 진행을 잘 알고 이용하는 자질을 갖춘 사람은 생산적인 결과를 손에 넣을 수 있다. 부지런하고 신중하게 행동하는 사람은 사업에서 성공하고, 반대로 게으르고 무분별하게 행동하는 사람은 사업에서 실패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다른 하나는 인류의 자연적 감정이다. 이것은 인간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감정들을 말한다. 어떤 사람이 진실하고 정의로우며 인간애가 많다면 인류의 자연적 감정은 그를 ‘선한 사람’으로 여기고 신뢰와 존경과 사랑을 나타낼 것이다. 반대로 그가 거짓되고 불의하며 무자비하다면 인류의 자연적 감정은 그를 ‘악한 사람’으로 여겨 불신과 경멸과 분노를 나타낼 것이다.
이 두 차원의 자연은 별개로 작용한다. 사물의 자연적 진행은 인류의 자연적 감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그것에 순응하는 유능한 강자를 보상하고 거스르는 무능한 약자를 처벌함으로써 자연도태와 적자생존의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한다. 그러나 인류의 자연적 감정은 사물의 자연적 진행을 고려하지 않고 오직 진실, 정의, 인간애를 발휘하는 선한 사람이 신뢰와 존경과 사랑의 대상이 되고, 거짓, 불의, 무자비를 저지르는 악한 사람이 불신, 경멸, 분노의 대상이 되도록 하려고 한다. 사물의 자연적 진행은 영리하고 부지런한 악인(惡人)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인류의 자연적 감정은 덜 영리하고 부지런한 선인(善人)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스미스는《도덕 감정론》(1759)에서 동감(sympathy)을 중심으로 인류의 자연적 감정을 분석하면서 도덕의 일반 원칙(공평무사한 관망자의 관점)을 제시하였고, 《국부론》(1776)에서 부를 창출하는 사물의 자연적 진행을 분석하면서 정치-경제학 원리를 제시하였다. 동감에 바탕을 둔 도덕적 행위는 보다 풍요로운 부를 창출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제공한다. 스미스는 단순히 ‘정치-경제학’을 제시한 것이 아니라 ‘도덕-정치-경제학’을 제시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물의 자연적 진행이 더 영리하고 더 부지런한 선인보다 우위에 서게 만듦으로써 인류의 자연적 감정에 충격을 주는 많은 결과들을 산출할 경우 인류의 자연적 감정은 이에 개입하여 교정하려고 한다.” ‘교정’이라는 말에 주목하자. 스미스에게 인간 사회의 중력은 이기심이 아니고 동감이다.
윤원근,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2014년 11월 24일자 대학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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