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주보|2014.03.03] 우기동 교수 칼럼
[고전의 사계] 인식의 근거를 찾아서 -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아, 좋다(Es ist gut!)’ 칸트가 남긴 마지막 말이다. 80여년(1724-1804)이라는 짧지 않은 한 생을 마감하면서 칸트는 무엇이 그렇게 좋았을까?
▶ 죽음 앞에서 달관의 모습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은, 널리 알려져 있는 시계추와 같은 규칙적인 생활 때문이 아니라, 아마도 그의 비판철학에서 나온 학문적 정직성이나 솔직함이 아닐까 싶다.
칸트의 철학은 기본적으로 비판철학이고 선험철학이다.
그의 비판철학은 3대 비판서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판단력비판》이 잘 말해 주고 있고, 그의 선험철학은 이제 우리가 알아볼 이성의 특성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말하자면 칸트는 비판적 이성의 선험성에 근거해서 인간 인식의 보편성과 필연성을 확보하고, 그래서 인식의 보편타당한 객관성을 정초하고자 했다.
이러한 객관적 인식 가능근거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칸트는 이성의 능력과 한계를 분명히 함으로써, 이성 능력에 대한 무리한 욕심 없이 그 한계 내에서 엄격하게 학문 활동을 할 수 있었을 것이고, 그래서 편안한 마음으로 한 생을 살았을 테니… Es ist gut 이리라. 우리에게 크나큰 삶의 교훈이 아닐 수 없다.
칸트 철학에서 ‘비판(Kritik)’은 이성이 이미 산출한 것을 긍정적으로 혹은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이성 능력의 경계를 설정함을 의미한다. 그래서 순수 이성 비판은 실재의 인식에서 이성의 능력과 역할을 탐구한다. 즉 ‘순수’(경험이 섞이지 않았다는 의미) 이성의 근원과 한계를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비판의 목적은 이성이 경험에 의지함 없이 객관적으로 통찰 가능한 영역과 불가능한 영역의 경계선을 긋기 위함이다. 그리고 칸트는 ‘선험적(transzendental)’이라는 개념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낱말 ‘선험적’은… 모든 경험을 넘어가는 어떤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경험에 선행하면서도(선험적이면서도), 오직 경험 인식을 가능토록 하는 데에만 쓰이도록 정해져 있는 어떤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칸트 철학에서 ‘선험적(transzendental)’이라는 것은 ‘모든 경험에 앞서는’, 즉 ‘비경험적’이며, 동시에 한낱 ‘초경험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경험 인식을 가능케 하는’, 바꿔 말해 ‘경험을 규정하는’이라는 중첩적 의미이다. 따라서 ‘선험’은 ‘시간적으로’가 아닌 ‘논리적으로’ 경험에 앞선다. 다시 말해서 이성을 포함한 인간의 인식능력은 경험에 앞서서 경험 이전에 ‘논리적으로’ 갖춰져 있다는 뜻이다.
이제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의 핵심 요점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겠다. ‘모든 인식은 경험과 더불어 시작한다. 즉 경험대상이 인식능력 중 감성능력을 촉발하여 시간과 공간의 형식(직관형식)으로 수용하여 표상을 형성한다. 이어서 수용한 여러 표상들을 오성능력인 범주(양, 질, 관계, 양상) 도식을 통해 개념적으로 인식한다. 즉 대상과 개념이 일치한다. 따라서 대상에 관한 개념 인식은 동일한 인식능력을 갖춘 인간 누구에게나 보편타당한 객관성을 지닌다.’ 그래서 칸트는 대상 인식의 가능성의 해명이 인식 대상의 해명이고, 경험일반의 가능 조건이 동시에 경험대상의 가능 조건이라고 말한다. 이런 까닭에 순수이성비판에서 탐구한 칸트의 인식론은 구성설이다. 경험대상이 인식능력을 자극하고, 그리고 인식능력(시간, 공간, 범주를 통한 개념 인식-순수이성)이라는 인간의 안경 색깔 때문에 대상세계가 그 색깔로 보이는 것이다. 이리하여 칸트의 철학은 경험(영국 경험론)과 이성(대륙의 합리론)을 종합했다.
이제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의 핵심 요점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겠다. ‘모든 인식은 경험과 더불어 시작한다. 즉 경험대상이 인식능력 중 감성능력을 촉발하여 시간과 공간의 형식(직관형식)으로 수용하여 표상을 형성한다. 이어서 수용한 여러 표상들을 오성능력인 범주(양, 질, 관계, 양상) 도식을 통해 개념적으로 인식한다. 즉 대상과 개념이 일치한다. 따라서 대상에 관한 개념 인식은 동일한 인식능력을 갖춘 인간 누구에게나 보편타당한 객관성을 지닌다.’ 그래서 칸트는 대상 인식의 가능성의 해명이 인식 대상의 해명이고, 경험일반의 가능 조건이 동시에 경험대상의 가능 조건이라고 말한다. 이런 까닭에 순수이성비판에서 탐구한 칸트의 인식론은 구성설이다. 경험대상이 인식능력을 자극하고, 그리고 인식능력(시간, 공간, 범주를 통한 개념 인식-순수이성)이라는 인간의 안경 색깔 때문에 대상세계가 그 색깔로 보이는 것이다. 이리하여 칸트의 철학은 경험(영국 경험론)과 이성(대륙의 합리론)을 종합했다.
우기동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2014년 3월 3일자 대학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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