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교육연구소 > 서평 > 아마미야 가린의 『프레카리아트』

지난 7월부터 나는 두 개의 아르바이트를 하기 시작했다. 부모님이 더 이상 용돈을 줄 수 없다고 하셨기 때문이다. 하나는 학원 아르바이트이고 다른 하나는 카페 아르바이트인데, 지금부터는 학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있었던 일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한 달에 20만원이라는 카페 월급으로 생활비가 부족했던 나는 친구의 소개로 시급 6000원의 학원 아르바이트를 하기 시작했다. 월요일과 금요일,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하루에 네 시간씩 일하는 것이 조건이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첫 달과 두 번째 달은 중 고등학생들의 시험기간이라 일이 매우 많았다. 그래서 하루 네 시간이라는 조건과는 달리, 밤 11시, 12시까지 일하기도 했고 매주 토요일에도 나와 일을 했어야 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했지만 내가 주체적으로 학생들의 학습 진도를 나갈 수 없었고, 원장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숙제를 내고 원장 선생님의 당부에 따라 이론을 설명해야 했다. 그 부분에 있어 스트레스를 받기는 했지만, 일을 많이 한 만큼 월급도 많이 받았기 때문에 그럭저럭 만족하며 학원에서 계속 일을 했다.

그런데 문제는 세 번째 달이었다. 세 번째 달은 학생들의 시험기간이 모두 끝난 달이었다. 시간은 아직 저녁 9시였는데 원장 선생님께서는 내가 얼른 집에 가기를 바라는 눈치셨고, 나중에는 아예 9시까지만 수업을 하겠다고 하시며 9시가 되면 수업을 마치라고 하셨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월급날이 되어 통장을 확인했는데, 나는 정말 까무러치게 놀랐다. 월급이 고작 13만원이 들어와 있었기 때문이다. 시험기간 때 33만원을 받은 것에 비하면 월급이 반 이상 준 것이다. 속은 매우 답답하고 ‘어떻게 이걸로 한 달을 버티나’라는 걱정은 들었지만 실제로 내가 일을 하루에 세 시간 밖에 안했기 때문에 원장 선생님께 항의를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내가 버는 돈으로 교통비와 핸드폰 요금, 그리고 책값까지 내야하는 상황에서, 그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조금 비참하지만 도시락을 학교에 챙겨와 먹는 것 밖에는 없었다. 친구들 앞에서는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며 아무렇지 않게 삶은 계란 몇 개와 오이를 먹기는 했지만, 사실 그 때 나는 돈과 내 능력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으로 매우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프레카리아트, 아마미야 가린이 쓴 이 글을 읽기 시작했을 때 나는 한 글자 한 글자에 공감하며 빠져들어 글을 읽었다. 프레카리아트란 한마디로 ‘불안정함을 강요받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아마미야 가린은 자신이 프리터였을 때를 회상하며 프리터의 특징 몇 가지를 언급했다. 내가 정말 공감했던 부분 중의 하나는 ‘프리터에게는 권리가 전혀 없다’라는 것이었다. 나는 학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생들이 “선생님, 오늘 숙제는 어디까지 에요?”라고 물었을 때, 잠시만 기다리라고 한 뒤 원장 선생님의 지시를 기다렸어야 했다. 심한 경우에는 문제집을 양면으로 복사할지, 단면으로 복사할지에 대한 것까지 나에게 지시하셨다. 또 책에서 공감했던 부분은 ‘불안정한 생활은 불안정한 마음을 낳았고 사회가 날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느낌은 쉽게 자기부정으로 연결되었다’라는 부분이다. 나는 프리터처럼 생계를 위해 일을 하는 것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월급을 조금 받은 달은 사소한 생활 차이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 스트레스는 사회에 대한 비판보다는 결국 나 자신에 대한 고민과 내 생활에 직접적인 걱정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한 사람의 정신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일본의 상황은 단지 일본에만 해당되는 것일까? 나는 한국에서도 이러한 일본의 상황이 점점 더 발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되면 1학년 때부터 토익과 자격증, 그리고 온갖 공모전을 통해 스펙을 쌓으려는 노력을 한다. 웬만큼 스펙이 없으면 회사에 취직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대학 생활을 하며 직장을 갖기 위한 준비를 하고, 대학 졸업 후에도 직장을 갖지 못한 사람들은 취업준비생이 되어 기업에 이력서를 내기에 바쁘다. 계약직, 파견직 등 비정규직 사원이 되어 정해진 기간 동안에 자신이 발휘한 능력에 따라 임금을 받고, 해고당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불안함 때문에 두 가지의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이 현재 일본의 프리터들과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아무런 권리를 행사 하지 못하고, 투입되어 일할 능력만을 요구하는 기업에서 일하는 한국 사람들은 ‘불안정함’ 속에서 살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의 프리터들과 다를 바가 없다. 즉 모두 ‘프레카리아트’인 셈이다.

그렇다면 현재 일본은 어떠한가? 아마미야 가린이 언급했듯이 일본의 프리터들은 자신의 능력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사회의 ‘너는 필요 없어’식의 태도로 인해 배제되면서 극단적으로는 자살까지 한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불안정함에 빠져 일본과 같이 될 가능성이 매우 많다. 실제로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 기업이 비정규직의 고용을 줄이게 하는 정책을 피기도 했지만 이는 이름만 정규직이고 조건은 비정규직 사원과 같은 ‘반정규직 사원’을 만들어냈다. 어쩌면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방안이 있을까?’에 대한 답은 없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이러한 문제 상황은 신자유주의라는 경제 메커니즘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즉 자본주의의 발전 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합리적인 결정에서 비롯된 문제 상황이라는 것이다.

나는 이번 12월부터 학원 아르바이트를 그만 두었다. 물론 직장이 아닌 아르바이트이긴 했지만, 일을 하면서 ‘부림당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고 더 이상 스트레스를 버틸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11월 말에 받은 월급과 카페에서 받은 월급으로 12월은 부족하지 않게 지낼 수 있지만, 당장 이번 12월이 끝나기 전에 어떤 아르바이트를 시작해야 할지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기업이 어떠한 결정을 할 때는 하나의 큰 그림을 그리며 ‘어떤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합리적인가’에 대해 고민할 것이다. 반면에 나의 경우에서처럼 개인은 기업과 똑같은 상황에서 완전히 반대되는 걱정을 할 것이다. 즉 이 문제는 경제 메커니즘이 만들어낸 거대한 문제임과 동시에 너무나도 개인적인 한 사람의 고민인 것이다. 지금도 세계 기구, 기업 그리고 영향력 있는 개인들은 계속해서 경제적 결정을 하고 있으며 세상은 지금보다 더 발전하고 있다. 해답이 없어 보이는 이 같은 문제 상황을 다시 야기하지 않기 위해 경제적 결정이나 변화를 시도할 때에는 더 많은 주의를 기울어야 할 것이다.

김예림, 경영학부 1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