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욕망을 버리고 집착을 내려놓으면 마음의 평온을 얻을 수 있다
[대학주보|2015.03.02] 김종인 교수 칼럼
[고전의 사계] 행운과 불행이라는 자매:《열반경》이야기
▶ 우리들 대부분은 건강한 삶, 부유한 삶, 즐거움이 가득한 충족된 삶만을 꿈꾸며 살아간다. 하지만 인간의 삶의 구조는 충족된 삶을 허락하지 않는다.《열반경》에는 다음과 같은 설화가 전한다.
얼굴이 아름답고 멋진 옷을 입은 한 여인이 어느 부유한 이의 집에 들어가자 그 집의 주인이 기뻐서 물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나는 행운의 여인이라 합니다. 나는 찾아가는 곳마다 그 집에 부귀와 행운을 불러 옵니다” 이 말을 들은 주인은 그 여인을 맞아들여 향을 사르고 꽃을 뿌려 공양하였다. 조금 후에 또 한 여인이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녀는 얼굴이 못생기고 몸이 더러웠으며, 남루한 옷을 걸치고 있었다. 주인은 기분이 나빠져서 물었다. “당신은 누구요?” “나는 불행의 여인이라 합니다. 나는 가는 곳마다 그 집에 불행을 불러 오지요” 이 말을 들은 주인은 칼을 들고 나오면서 외쳤다.
“썩 물러가지 않으면 이 칼로 죽여 버리겠다.” 이렇게 주인이 덤벼들자, 그 여인이 말했다. “당신은 참으로 어리석고 지혜가 없군요. 조금 전에 당신 집에 찾아 온 이는 내 언니예요. 나는 항상 언니와 행동을 같이하기 때문에 당신이 나를 쫓아내면 결국 내 언니도 따라 나가게 될 것이오.”
주인이 안으로 들어가 행운의 여인에게 물었다. “밖에 어떤 여인이 와서 당신의 동생이라 하는데 사실입니까?” “그렇습니다. 나를 좋아하려면 내 동생도 함께 좋아해야 합니다. 나는 늘 동생과 같이 행동하였고, 한 번도 서로 떠나 본 적이 없습니다.
가는 곳마다 내가 좋을 일을 하면 동생은 나쁜 짓을 하며, 내가 이로운 일을 하면 동생은 손해를 끼치는 일을 합니다. 어쨌거나 나를 사랑하려거든 동생도 함께 사랑해야 합니다.”
집주인이 처한 상황은 우리가 종종 처할 수 있는 상황이다. 좀 더 깊이 생각해보면 인간의 살이 처해 있는 근본적 구조다. 만남이 있으면 해어짐이 있고, 태어남이 있으면 늙어 죽는 일이 있을 수밖에 없다. 무엇을 얻는 때가 있으면 잃는 때가 있게 마련이다. 앞의 것들은 뒤의 것들과 맞물려 있지만, 시간차를 두고 드러나기에 우리는 서로 맞물려 있는 것을 모를 따름이다. 우리가 내 눈앞에 일어난 행운들, 이를테면 원하던 대학에의 입학이나 좋은 직장에의 취직, 혹은 연인과의 사랑에 마냥 기뻐하고 열광한다면 그것은 삶의 구조가 이 이야기 속의 자매와 같음을 모르기 때문이다.
이제 행운의 여인은 불행의 여인은 늘 함께 하는 자매라는 사실을 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둘 다 받아들이거나 포기하거나 해야 한다. 어느 쪽이건 내키지 않는 선택인데, 경전은 두 경우 모두를 말한다. 먼저 주인은 두 여인을 모두 쫓아버렸는데, 두 여인이 나란히 사라져 가는 것을 보자 주인은 마음이 후련해졌다. 이윽고 두 여인은 어느 가난한 집 문 앞에서 머뭇거렸다. 그 집 주인이 두 여인을 보고 반기면서 “이제부터 우리 집에서 함께 살자”며 맞아들였다. 여기까지의 전개를 보고 모든 상황을 다 감내하려는 가난한 이의 태도를 예찬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경전은 다음과 같이 반전된다. “태어나면 늙어야 하고, 병이 들면 죽게 되는 법이다. 어리석은 사람은 이 두 가지에 다 집착하지만, 지혜로운 이는 함께 버리고 애착하지 않는다.”
우리가 얻는 것은 언젠가는 잃게 마련이니 아예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그럴 수는 없다. 경전은 세상사에 대한 우리의 마음의 자세를 말하고 있다. 눈앞에 어떤 것이 있건 그것에 집착하지 말라는 것이다. 욕망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집착하게 되고, 집착하게 되면 끝내는 절망하게 되기 때문이다. 욕망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집착하게 되고, 집착하게 되면 끝내는 절망하게 되기 때문이다.
김종인,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2015년 3월 2일자 대학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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