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정하지 못했다
- ‘아레테 북 콘서트,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토론에 대한 첨언

▶ 지난 수요일(2012.11.07) 후마니타스칼리지 스터디 그룹 아레테에서는 북 콘서트를 열었다. 대상 도서는 마이클 샌델의 최근 저작인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었다. 국내에서 『정의는 무엇인가』로 유명한 샌델은 이 책을 통해 도덕의 영역을 시장이 침범하고 있는 현실을 비판하고, ‘시장이 가치를 결정하도록 내버려 두어야 하는가?, 시장에 속하는 것과 시장에 내주어야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은 무엇인가?, 그리고 시장의 도덕적 한계와 재화의 가치를 적절하게 평가하는 방법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우리에게 던진다. 또 이 책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직면한 최대의 윤리적 문제를 둘러싸고 세계인 모두가 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희망한다.’며 공적 토론의 충분한 진행을 통해 함께 ‘시대의 난제’를 해결해 나가기를 염원했다. 북 콘서트에서는 샌델의 질문을 화두로 삼아 의미 있는 두 음악 공연과, 학생이 주체가 되어 서로 자유로이 생각을 교류할 수 있는 토론이 진행되었다.

음악 공연은 구노의 <파우스트> 3막 중 ‘보석의 노래’와 부활의 ‘친구야 너는 아니’라는 곡으로 구성되었다. 북 콘서트라는 이름 아래 다채로움을 추구한 것이 매우 의미 깊었다. 개인적으로 성악에 대해 문외한이나 간단한 설명이 제시되어 공연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고, 성악과 대중가요를 함께 구성해 편안했다. 나아가 예술의 전달력과 토론의 전달력이 조화를 이룬다고 생각되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다. 토론은 이성·논리력의 영역, 즉 철학의 영역이다. 철학과 예술은 대비되는 방식으로 의미나 진리를 전달한다. 예술은 개별 예술작품을 매개로하기 때문에 개별적이고 또 몰입적이다. 주어진 예술작품은 그 자체로 자명하다. 때문에 우리는 사고를 통해 논리적으로 분석할 것 없이 감각 기관을 통해 감각적, 감성적으로 직관하는 방식을 취한다. 반면 철학은 보편 진리 자체를 추구한다. 때문에 우리는 반성적인 시각으로 보편 진리와 그에 이르는 과정을 논리적으로 파악한다. 이 두 가지의 다른 전달 방식이 병행된 것은 흥미롭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행사의 주요 부분인 토론도 오랜 시간을 들여 진행되었다. 아레테가 독서와 책에 대한 의견 교류를 통해 대학생들이 삶을 윤택하게 하기 위한 자생적 모임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아레테에서 주최한 이번 공개 토론에 대한 기대가 컸다. 토론의 매끄러운 진행과 의견의 효과적인 교류에 능숙한 토론자들을 뽑아 구성했을 것이라는 일차적인 기대를 넘어, 책의 함께 읽기가 지니는 의미, 즉 ‘지식의 수용과 개인의 사고 확장을 넘어 공론을 형성하고, 논의를 통한 세상의 변화를 꿈꾸는 것’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가진 이들이 어떤 결과물을 내어 놓을 지 흥미로웠다. 한 청중으로서 생산적인 논의가 진행될 것을 기대했던 것이다. 토론을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두어 청중이 발언한 바로 보아 이런 기대가 개인적인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토론은 기대와는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었다.



주장이 담긴 책을 놓고 토론할 때 주장을 책으로 써 낸 의미나 저자, 책이 담고 있는 시대상에 대해 논의해 볼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책에 담긴 주장을 주 대상으로 토론한다. 주장에 대해 근간으로 삼는 가치나 논리가 무엇인지, 그것이 타당한지, 또 적절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는지를 따져 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일 것이다. 또 그 이론이나 주장을 현실에서 어느 범위 까지 적용해 볼 수 있는지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논의는 이렇게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샌델의 의견을 해부한 뒤, 논리적 타당성과 사례적용의 타당성을 검토해 보는 것이다. 더불어 이 책의 특성1), 또는 샌델의 염원에 따라 인간의 삶에서 도덕과 시장의 적절한 경계를 (비록 결정짓는 것은 무리라 하더라도) 논의해 볼 수 있겠다. 이것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놓고 진행될 수 있는 논의의 최선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북 콘서트에 온 일반 청중들이 기대한 바를 그려본 것이다. 주최 측의 구성 순서를 따라가며, 토론을 구성한 주제 및 질문과 이를 토대로 진행된 토론에 대해 기대와 그 날을 대조해 가며 검토해 보자.

주최 측은 토론 진행을 다음과 같이 세 주제와 그 아래 여덟 개의 질문으로 구성했다.

주제 1 독서 후 소감 나누기 ① 이 책은 지금 여기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주제 2 저자의 주요 주장 및 사례 분석에 관한 타당성 토론 ② 시장에서는 돈으로 모든 것을 살 수 있는가?/ 시장이 과연 도덕적일 수 있는가? ③ 대리 줄서기는 잘못일까? 시장이 줄서기를 대체할 경우, 발생하는 문제는 무엇이고 희생되는 가치는 무엇인가? ④ 인센티브는 긍정적인 효과만을 불러오는가?/ 인센티브는 보호해야 할 태도와 규범을 변질 시키는가? ⑤ 벌금의 요금화 현상이 태도와 규범을 변질 시키는가? 주제 3 한국사회의 사례 분석 및 논평 ⑥ 대학은 시장으로부터 자유로운가? ⑦ 공기업의 민영화 정책에 대하여 ⑧ 대학생인 우리에게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토론을 다 경청한 한 청중이 발언권을 얻어 질문 방식에 대해 비판했는데, 질문의 구성 역시 의문이 드는 부분이 있다. 주제 1 에서 책의 의미를 논하는 것이 책에 대해 논하는 것보다 선행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못한 구성이 아닐까. 일반적으로 우리는 의견의 본질을 직시한 뒤에 의견의 의미를 발견한다. 단순히 가볍게 소감, 즉 마음에 느낀 바를 교류하는 것으로 논의를 시작해보려는 의도였다면, 이 질문①은 주제 1에 부적합한 질문이다. ‘지금 여기’라는 대목에서 질문①은 현대 한국이라는 시·공간 속에 살아가는 우리가 샌델이 말한 문제에 어느 정도의 중요성을 부여하고, 고민해야 할 문제인지를 논의할 만한 질문이다. 나아가 다양한 삶의 무늬를 가진 청중들의 참여를 통해 샌델의 문제제기가 가지는 의미나 중요성을 다채롭게 확인 해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다루는 것은 의견 자체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진행된 뒤가 더욱 효과적이다. 아마 그런 연유로 주최 측도 마지막 질문으로 ‘대학생인 우리에게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인가?’를 제시한 것이 아닐까. 이 두 질문을 합쳐 마지막에 제시했다면 현대 한국이라는 시·공간 속에 대학생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의미에 대해 조금 더 풍부한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한다. 토론자들은 질문① 대해 가벼운 소감을 제시했다. 기존 질서를 파괴하는 자본주의의 특성을 지목하거나, 사회통합 메커니즘이 도덕에서 시장으로 변하는 것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통해 샌델의 의견을 되짚어 보았다. 시장 역시 사회 통합의 메커니즘이라 읽어, 사회 통합을 감성적·이성적 측면이 아니라 기능적인 측면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것이라 본 후자의 의견은 흥미로웠다. 다른 토론자들은 ‘진정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 해 보고 싶다’거나 ‘샌델의 말하기 방식이 당위에만 의존할 뿐 논리적 근거가 부족하니 토론을 통해 근거를 구축해보고자 한다’며 토론을 통해 얻고자 하는 바에 대해 밝히기도 했다.

주제 2 에서는 저자의 주요 주장 및 사례 분석에 관한 타당성 토론이 이어졌다. 언론정보학과 김태영 학우의 키노트 스피치를 참고할 때 주최 측에서 지목하는 저자의 주요 주장은 ⓐ‘시장이 영역을 확대, 도덕의 영역을 침해하고 있다’는 현실 인식, ⓑ‘시장이 영역을 확대함에 따라 발생하는 부패와 공정성 침해’의 문제 제기로 볼 수 있겠다. 이에 대해 신중한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시장과 도덕이 각자 근거하는 것, 작동하는 메커니즘, 일반적으로 기능하기 적합한 영역에 대한 논의2)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연후에 결과물을 토대로, 시장이 영역을 확대하는 현상을 시장주의자, 도덕주의자 그리고 그 사이에 존재하는 다양한 경계를 이루는 의견을 가진 토론자들이 각자가 추구하는 가치, 삶에서의 신념을 토대로 판단해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 더해 시장의 영역확대로 발생하는 부패와 공정성 침해를 검토하고 이의 문제점에 대해 논의하면서 도덕과 시장의 경계선을 크게나마 그려보는 것이 생산적인 토론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질문②는 이러한 논의를 단계적으로 끌어내기에 적합하지 않을뿐더러 토론자 간의 기본적인 합의를 도출해야 할 단계에서 이를 무시함으로서 앞으로의 토론이 꼼꼼한 비판이나 옹호 혹은 대안의 제시가 되기보다는 겉돌기에 머무르게 만드는 원인이 되었다. 질문이 유도하고자 하는 비판 지점 역시 필자의 개인적 무지의 소산일지 모르나, 파악하기 힘들다. 이 중요한 부분이 중요시 되지 않고 지나갔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반면 질문③,④,⑤는 사례 분석을 검토하기에 적절하게 구성되었다. 저자의 전개방식을 뒤따라가며 사례에 대해 반성적 태도를 견지, 옹호해보고 비판해봄과 동시에 앞에서 그린 도덕과 시장의 경계를 적용해보며 다듬어가기에 적합한 구성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토론자 간 주장 자체에 대한 기본적인 논의가 선행되지 못했고 도덕과 시장의 경계에 대한 스케치조차 구축하지 않은 상태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토론자들의 발언은 피상적인 책의 답습에 그쳤다. 더 많은 사례를 알게 된 것과 인센티브가 행위 주체로서의 인간을 전락시킨다는 점을 지목한 것 등 진행된 논의에서 작은 소득들은 있었다. 그러나 질문②를 지나치고 질문③,④,⑤로 들어감에 따라 체계적이고 생산적인 사례 분석 검토와 도덕과 시장의 경계 도출까지는 도달하지 못하였다.

주제 3 에서는 질문⑥,⑦에 대해 청중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질문⑧을 다루면서는 개개인의 신념을 교류하고 책이 가져다주는 메시지를 찾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우리가 속한 사회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대학을 지목한 것은 좋았지만, 청중석에서 나온 비판의 말처럼 질문의 방식은 탁월하지 못했다. 대학이 시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것은 현실이다. 샌델이 제기한 시장과 도덕의 영역 논리에 따르면 이 문제는 어떻게 분석·판단될 수 있는가, 만약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라면 어떻게 개선되어야 하거나 될 수 있는가? 등의 질문을 놓고 논의하는 쪽이 생산적이거나 더 의미 있다. 공기업의 민영화 정책에 대해 논의한 것 역시 샌델의 모델(혹은 토론의 결과에 따라 수정된 샌델의 모델)에 따라 사례분석이 진행될 수 있도록 질문을 더 다듬었다면 나은 구성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이는 첫 단계부터 꾸준히 결과를 생성하며 토론이 진행되는 것을 전제로 했을 때의 이야기다. 실제로 진행된 논의를 보면 질문⑦의 경우에는 공기업이 다루는 재화의 성격에 대해 샌델을 참고한 논의가 일부 진행되었고, 질문⑥의 경우에는 책과 관련해 거의 논의되지 못했다.

청중의 질문을 받기 시작하자 김동주 학형의 ‘시장도덕론’에 대한 질문이 연거푸 나오면서 질문⑧을 통해 신념이나 중시하는 가치에 대해 논의가 진행되었다. 그의 말하기는 단정적 말투, 본인이 이해하고 있는 경제 지식(그가 경제학과인 것을 통해 추정해 볼 수 있는) 덕분에 얼핏 웅변적이고 전달력 있는 것처럼 보였으나, 원론적인 이야기에서 맴돌 뿐 설명적이거나, 현실 적용을 통하거나, 근거를 댄 것은 아니었다. 그런 그의 말하기 방식으로 인해 덜 전달된 그의 ‘시장도덕론’은 설득 보다는 반발을 유발하기 쉬운 경향이 있었다. ‘샌델의 책을 읽고 고무되신 청중 분들’이란 그의 지적은 흥미로웠지만, 그 역시 ‘경제학도로서 고무 되신 것’은 아닌지 되살펴 볼 일이다. 그가 경제학도라는 점을 고려할 때, 현실 경제에서 우리가 겪었던 시장 실패를 점검한 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대한 신봉을 고수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시장의 효용에 대해 고무되어 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시장의 특성에 따른 효용을 논리적으로 더 잘 전달해주었다면, 주제마다 포문을 열었던 그의 의견 개진이 더욱 빛을 발했을 것이라 생각되어 아쉽다.

신념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한 청중이 던진 ‘인문’이라는 단어를 생각해보자. ‘인문학’이라는 단어의 연상과 함께 선뜻 문·사·철이 떠오른다. 중국 후한 시대 허신이 쓴『설문해자(說文解字)』에 따르면 인문의 문(文)은 무늬를 뜻한다. 따라서 인문(人文)이란 인간이 삶을 살아가며 세상(자연)에 남기는 무늬들로 볼 수 있다. ‘인문’에 연이어 떠오르는 것이 문학, 사학, 철학이라는 것은 그 학문들이 인간이 세상에 나 어떤 무늬를 그리며 살아가야 하는가를 다루는 학문이기 때문일 것이다. 현대인의 삶이 그리는 무늬는 경제학의 원리에 부합하는 모양새가 대부분이고, 그러한 경향은 갈수록 심화 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 무늬가 아름다운가를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무늬는 아름다운 것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인간이 인간으로서 아로새길 아름다운 무늬는 어떤 원리에 따라야 할 지 생각해볼 일이다. 인간으로서 도덕을 추구하는 것, 혹은 도덕의 영역을 지키는 것에 대한 의미를 샌델은 우리에게 던진 것이 아닐까 하며, 논의를 통해 이를 깊이 느낄 수 있었음을 되짚으면서 토론은 마무리되었다.

단계적 진행의 부재로 이번 토론이 기대와 달리 샌델의 의견 검토, 도덕과 시장의 설득력 있고 타당한 경계를 그리는 결과를 내지 못하고, 책의 답습, 혹은 깊이가 부재한 토론에 그친 면이 있다. 그들은 진정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구하지도 않았고, 샌델의 의견에 논리적 근거를 무수히 더해주지도 못했다. 그러나 인간, 윤리, 도덕에 그리고 시장에 대해 제고할 기회를 제공했던 것은 사실이다. 공개적인 자리를 마련함으로서, 학생 청중, 도정일 대학장님, 그리고 토론자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는 점도 의미 깊다. 또 시간의 부족, 처음 열리는 북 콘서트라는 점 등 이상에 가까운 현실을 만들기에 어려움이 있었음을 고려할 때 행사의 개최에 의의를 두고, 앞으로의 개선에 힘쓰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이 글은 토론을 들으면서 쓰이지 않았고, 토론이 있던 날 쓰인 것도 아니다. 또 토론을 녹화하거나 녹음한 뒤 반복적으로 재생해 가며 분석한 바를 기록한 것도 아니다. 토론을 들으며 기록한 두어 페이지의 메모와 단편적인 기억에 의존한 바가 크다. 객관성이 떨어진다거나, 재조직된 기억을 바탕으로 한 것 아니냐고 비판받으면, 근거를 들어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녹화된 화면을 돌려 보면 그렇지 않다고 지적한다면 더욱 치명적이다. 그러나 나는 처음부터 이 글을 쓰기 위한 시선으로 토론을 메모하며 경청했고, 논의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청중들이 발언한 바를 반영했다. 따라서 청중 일반을 대표하는 의견이라 할 수 없더라도 이 행사가 남긴 인상이나 성과물에 대해 개인적으로 편협한 시각만을 고수한 것은 아니다. 또 함께 들은 이들에게 물어가며, 사실 왜곡 없이 쓰려 노력했다. 아레테의 활동이 경희대생들이 대학다운 대학 공부를 하는 데 기여하는 바가 있고, 북 콘서트와 같은 학생 위주의, 학생 내부의 공개 토론은 학생 단체의 주최가 아니면 실현되기 힘들기 때문에 북 콘서트의 기획과 실행 자체에서 충분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 때문에 이 글이 다음 북 콘서트를 구성하는데 한 조각의 도움이라도 보탤 수 있기를 바란다.
김남희 (사학과 1학년)

주

1) 마이클 샌델의 서술 방식은 명쾌한 구분선이나 해답을 제시해 주지 않는다. 예를 들어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고 우리는 윤리적 절대 지침을 구할 수 없다. 복잡다단한 현실 사회에서 절대 지침 없이 윤리적 문제를 마주할 수밖에 없는 우리네 삶이기에, 책의 사례들을 통해 윤리적 딜레마에 빠져 실컷 허우적대 보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실제로 윤리적 문제를 마주했을 때 대처를 위한 사고할 능력과 공공 합의를 이루는 것이 『정의란 무엇인가』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경계선의 공공 합의를 논의해 보는 것이 의미 있는 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2)시장과 도덕은 모두 인간 행동의 메커니즘으로 볼 수 있다. 이들이 인간 행동의 동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바, 그 동인의 특성, 특성에 따른 작동 원리, 작동 원리와 특성에 의해 그것이 기능하기 적합한 영역을 규명하는 것은 이후 진행될 논의가 서로 엇갈리지 않도록 해 주는 동시에, 도덕과 시장의 경계를 그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개인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이 과정의 예시를 제시해 보자면, 시장이 근간으로 삼는 인간 행동의 동인은 인간의 욕망이다. 욕망은 이윤 추구 위해 인간을 움직인다. 따라서 시장으로 상징되는 행동방식은 이윤을 추구해도 좋은 영역에서만 기능해야 한다. 반면 도덕이 지목하는 인간 행동의 동인은 (공적 혹은 사적으로 추구되는) 가치 혹은 정의로움에 대한 지향이다. 이것은 인간을 가치를 판단, 옳은 일, 정의로운 일을 하는 방향으로 행동하도록 움직인다. 따라서 도덕은 처리 과정에서 정의로움이 요구되는 영역에서 기능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시장과 도덕의 경계를 ‘판단 과정에서 이윤 추구가 요구되는 영역과 정의로움이 요구되는 영역의 경계’로 그려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