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1) 메이지유신의 내부적 배경 – 에도막부 말기부터 메이지 시작까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 정벌에 실패하고 사망하자,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쇼군이 되겠다는 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1603년 3월 24일 일본의 패권을 완전히 잡은 도쿠가와는 에도 막부를 건립하게 된다. 에도 막부는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신분을 고정하고, 기독교 금지를 구실로 쇄국(鎖國)을 행하고, 후에는 유교적 교화(敎化)도 이용하면서 전국 지배를 강화했다. 에도 막부 시기에 태평하고 안정적인 상태의 지속은 교통·상공업의 발전과 시정인(市井人)의 대두, 화폐 경제의 성립, 다수의 도시 출현 등 상품경제가 크게 발달하였는데 이러한 경제 발전의 혜택은 기존의 사무라이 계층보다는 상인 계층, 즉 조닌(町人)들이 차지했다. 경제의 실권을 쥔 도시민의 힘은 한편으론 무사의 권위를 실추시켰다. 5대 쇼군 도쿠가와 쓰나요시 시대(1680~1709년)에 에도 막부는 겐로쿠(1688~1703년) 호황이라고 부르는 최대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그러나 이러한 호황기 때의 심각한 낭비와 더불어 1657년 발생한 메이레키 대화재 이후 겐로쿠 호황으로 쌓인 탄탄한 재정은 점차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화폐 가치의 저하와 함께 급등한 물가로 서민들의 생활은 더욱 궁핍해졌다. 겐로쿠와 쇼토쿠(1711~15년) 시대의 짧은 호황을 지나면서 견고했던 막부 체제는 점차 모순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상업경제가 발전하면서 물가가 빠르게 상승한데 반하여 각 번들의 수입은 고정되어 있었고, 긴축적 재정정책과 통화남발, 상품전매 등의 방법에도 불구하고 무사정권의 적자는 심화되어갔다. 농민의 궁핍화와 거듭되는 재해는 농민폭동을 빈발하게 하여 바쿠한 체제는 내부로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18세기 후반 이후에 막부 정권은 점차 동요하게 된다. 먼저 막부정권과 각 지역 한(藩)은 재정난에 시달렸고, 이에 경제난을 모면하고자 조닌과 농민의 이익을 권력층이 차지하는 전매제를 적극적으로 실시하였는데, 이는 민중들로부터 커다란 반발을 샀다.

이렇게 막부는 힘을 잃어가는 내적인 상황과 함께 외세의 개방 압력이 시작되었다. 1853년 미국의 동인도함대 사령관 매슈 페리 제독이 흑선을 타고 밀러드 필모어 미국 대통령의 개국 요구 국서를 가지고 일본에 왔다. 페리 제독과 그에 이어 내항한 러시아 푸탸틴 중장의 무력시위는 막부를 일시적인 공황상태로 몰고갔다. 이에 막부는 1854년 미일화친조약에 이어 1858년에는 미국을 비롯하여 영국 ·러시아 ·네덜란드 ·프랑스와 통상조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이 조약은 막부 정부에서 칙허 없이 처리했다는 점 때문에 이에 반발한 반(反)막부 세력이 일어나 막부 정부와 대립하는 혼란기를 겪었다.

처음 막부가 선택한 것은 막부의 힘을 더욱 강화시켜 반대파에 대하여 강경대응하여 1858년부터 1860년까지 안세이의 대옥을 일으켜 존왕양이파를 비롯한 반대파를 체포하고 숙청했다. 그러나 이를 주도하던 다이로 이이 나오스케는 1860년 미토 번 출신의 무사들에 의해 에도성 사쿠라다문 앞에서 살해당했다(사쿠라다문의 변). 이사건을 계기로 막부는 이미 반대자들을 강제로 억누를 힘이 없음을 깨닫고 타협하는 방향으로 선회하였으며, 막부의 최고 관리가 된 로주 안도 노부마사도 조정과의 화해를 도모했다.

이렇게 막부가 유화책으로 돌아서고, 조정도 실질적으로 전국을 장악할 실질적 힘을 지니지 못한 상태에서 공무합체론(公은 교토의 천황조정을 의미하였고 武는 에도의 무사정권을 칭하는 것으로 과거처럼 막부가 독점적으로 권력을 행사하던 시기가 지났으니, 조정과 막부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주장이었다.)이 등장한다. 정권의 유지 자체가 불투명해지던 막부로서는 이러한 주장을 적극적으로 찬성하였고, 원칙적으론 존왕양이를 지지하였던 사쓰마 번(薩摩藩, 지금의 가고시마 현) 역시 상대적으로 온건파에 속하여 공무합체를 찬성했다. 이에 따라 1860년 쇼군 이에모치와 천황의 누이인 가즈노미야 사이에 혼인이 이루어져 공무합체의 실질적인 상징이 되었다.

그러나 이같은 혼인은 존왕양이파에게서 큰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특히 당시 존왕파이 중심지였던 조슈 번(長州藩, 지금의 야마구치 현)에서는 사쓰마가 존왕을 배신했다고 맹비난을 했다. 이에 사쓰마 번은 1862년 4월에 고메이 천황의 칙령을 받아 직접 번주 시마즈 히사미쓰가 군대와 함꼐 상경하여 과격 존왕파를 억누르는 한편 막부와 존왕파를 중재하러 했다. 그런데 조슈는 천황의 의사를 무시한 채 존왕양이파 공가들을 중심으로 일을 진행시켰을 뿐 아니라, 진무천황능 참배를 양이 친정과 결부시켜 언급하는 결정적인 행동으로 인하여 고메이 천황의 분노를 샀다. 천황이 조슈를 조정의 적으로 선포하게 된다. 조슈는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직접 병력을 이끌고 교토로 진격하였으나 사쓰마와 아이즈의 연합군과에 의해 하루만에 패배한다. 이와 더불어 영국, 프랑스, 미국, 네덜란드 연합군이 조슈 번을 공격하고 막부군과 사쓰마군의 연합으로 조슈에 쳐들어오고, 내부의 쿠데타까지 일어나 친막부 보수파들이 집권하면서 막부에 항복한다(1차 조슈 정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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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유신의 주역들. 왼쪽부터 유신 삼걸로 불리는 사이고 다카모리, 기도 다카요시, 오쿠보 도시미치와 사카모토 료마, 이토 히로부미, 이와쿠라 도모미 등]

그러나 얼마 안가 보수파들이 물러나고 다시 존왕파가 집권한다. 사쓰마 역시 조슈 정벌에는 협력하였으나 막부와 이익을 공유할 입장이 아니었다. 특히 사쓰마는 이미 류큐를 통해 중국과 무역을 한 바가 있었고, 막부의 금지령을 뚫고 교역을 시도하고 있었기 때문에 막부와 대립관계를 피할 수 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막부는 프랑스의 도움을 받아 존왕파가 재집권한 조슈에 대해 재정벌을 준비했다. 막부는 이번 정벌에서 패권의 재확립을 노리고 있었다. 이에 대항하여 조슈는 서구 무기와 군제를 획득하기 위해 무역이 절실하였으나, 구미 4국은 막부의 요청에 따라 일본내전에 개입하지 않을 것을 분명히 한 공동 각서를 내놓고 무역을 차단하여 조슈의 희망을 좌절시켰다. 바로 이때 도사 번(지금의 고치 현)출신의 무사인 사카모토 료마가 등장하여 두 번의 유력자들을 설득, 사쓰마와 조슈의 제휴가 이루어지게 된다. 이 동맹은 1865년까지는 단순한 외국 무기의 공급 협상이었지만 1866년에 이르면 사실상의 비밀 동맹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 동맹을 일컬어 삿초동맹이라고 한다. 이 두 세력이 손을 잡으면서 일본은 서남웅번을 중심으로 한 신세력과 막부를 중심으로 한 구체제의 대결로 분명히 양분화되게 된다.

1866년 사쓰마 번의 지도자 사이고 다카모리와 조슈 번의 기도 다카요시 사이의 삿초 동맹으로 메이지유신이 이루어졌다. 이 두 지도자는 고메이 천황을 지지했다. 도쿠가와 쇼군의 지배에 도전하여 천황의 권력을 회복하기 위해서였다. 300여 년이나 내려오던 도쿠가와 막부가 존왕양이를 내세우는 삿초 동맹에 패배하게 되면서 막부로 대표되던 봉건질서를 해체하고 서구를 모델로 한 근대국가를 건설했다. 1867년에는 대정봉환(大政奉還) ·왕정복고가 이루어졌다. 고메이이 천황이 세상을 떠나자 메이지 천황이 뒤를 이었다. 메이지정부는 주로 구미 열강 국을 따라 잡기 위해, 개혁을 모색했다. 메이지 정부는 학제 ·징병령 ·지조개정(地租改正) 등 일련의 개혁을 추진하고, 부국강병의 기치하에 구미(歐美) 근대국가를 모델로, 국민의 실정을 고려하지 않는 관주도(官主導)의 일방적 자본주의 육성과 군사적 강화에 노력하여 새 시대를 열었다.

2) 메이지유신의 외부적 배경 - 서양의 접근 및 페리제독

일본이 막번 체제에서 근대천황제국가로 이행하게 된 계기라고 할 수 있는 ‘메이지유신’, 이는 근대 일본 국가를 향한 정치적·사회적 변혁이자 문화혁명이었으며, 근대일본을 규정하는 원점으로 생각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메이지유신의 배경이 꼭 일본 내부에만 있다고는 할 수 없다. 일본의 근대화에 영향을 미친 또 하나의 요인 ‘서양’, 이 서양의 압력이야 말로 어떻게 보면 일본 근대화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당시 데지마의 모습]

1620, 1630년대에 도쿠가와 통치자들은 기존의 일본과 유럽의 관계는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유럽인들이 막부반대자들에게 막부의 통제 밖에 있는 군사 세력과 동맹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하기도 했고, 기독교 이념으로써 일본을 개방시켜 ‘타락’시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독교는 금압당했고, 대외 무역은 나가사키 항에 내항하는 중국 범선과 나가사키 항 내에 설치된 네덜란드 상관을 통해 데지마에서 소규모 대외무역을 하는 것을 제외하고 금지되었다. 이러한 결정과 더불어 시작된 쇄국정책은 1854년까지 계속되었는데 자국의 정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당시 쇄국정책이 불가피 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쇄국정책 속에서 일부 사람들이 서양 문명을 보다 적극적으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중국이 아편전쟁에서 패한 뒤였다. 그 당시까지만 해도 문명대국이었던 중국이 서양의 세력에 패한 것은 일본에 큰 충격이었다. 이 사건은 일본에게 중국인들과 같은 운명이 되지 않으려면 먼저 서양 문명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일본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서양의 열강들에는 영국, 프랑스, 러시아, 미국이 있었다. 모두 일본과 조약을 체결하려 노력을 하였지만 제일 처음 조약을 체결한 나라는 가장 적극적이었다고 할 수 있는 미국이었다. 미국은 태평양의 강국으로 성장하는 과정에 있었고, 일본 연해를 미국 해운 항로에 포함시켜 태평양 횡단 기선 항로를 개척하고자 했다. 또한 미국에서 보낸 페리가 내항한 해는 유럽에서 토루코가 러시아에 선전포고를 하여 크리미아 전쟁이 시작되었으며, 다음해 영국, 프랑스 양국이 이 전쟁에 참전하여 1856년까지 계속되었기 때문에 아시아에 진출해 있던 러시아·영국·프랑스 삼국이 유럽에서 교전상태에 놓이게 되어 일본의 개국과정은 대외적으로 미국과의 외교절충 과정으로서 나타나게 되었다.

1852년 미국 정부는 매슈 페리(Matthew C. Perry)제독이 지휘하는 원정대가 일본에 파견될 것이며, 페리 제독에게는 조약 협상을 지원할 상당한 해군력을 사용할 권한이 주어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리고 1853년 7월 8일, 페리는 프리깃함 미시시피호를 기선으로 한 4척의 함대(흑선으로 불리기도 함)를 이끌고 우라가에 입항했다. 이후 7월 14일에 막부 측이 지정한 구리하마에 호위를 거느리고 상륙하여 도다 우지요시·이도 히로미치에게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이 서한에는 난파 선원의 대우, 석탄과 생필품을 요하는 선박을 위한 피난항 제공뿐 아니라 통상에 대한 내용도 들어 있었다. 페리 제독은 일본 측의 답변을 받기 위해 이듬해 다시 내항할 때, 일본 정부가 미국 대통령의 서한에 호의적으로 응할 것을 기대하며 ‘그때에는 더 많은 군사력을 동원하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일본 막부는 쇄국을 유지해야 된다는 여러 의견들을 수렴해 1853년 12월 海防에 관한 법령을 발령했다. 여기에는 “내년, 페리가 내항하여도 국서에 제시한 통상요구를 수락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대답을 하지 않음, 沿海의 방비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평온하게 대처하지만, 만약 대답이 없다는 이유로 상대방이 선제공격을 할 경우에는 싸울 수 있도록 준비한다.”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페리가 1854년 2월 13일에 기함 서스케하나호 등 7척의 군함을 이끌고 현재의 요코하마 시 가나자와 구 앞바다에 육박해 조약체결을 요구하였고, 자신들이 미국에 대항하기에는 역부족임을 인식한 막부는 결국 3월 31일에 가나가와에서 미일화친조약을 조인하게 되었다. 미일화친조약은 페리의 함대에 굴복한 일본이 맺은 조약이었기에 불평등조약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200년간 유지되던 일본의 쇄국이 문을 열게 되는 계기가 된다. 유럽, 미국, 중국 해안의 상인들은 페리의 성공을 보잘것없는 것으로 여겼지만, 영국과 러시아 제독들은 재빨리 이를 모방했다. 이에 따라 막부는 10월 14일 일영화친조약에 조인하고, 영국에 대해 나가사키(長崎), 하코다데 항을 열었으며, 다음해 1855년 2월 7일에는 일러화친조약에 조인하여 시모다, 하코다데, 나가사키 항을 열었다. 당시 일본에서 실권자였던 쇼군 도쿠가와 이에요시를 비롯한 대표자들이 협상을 하였는데, 이 때문에 막부의 외교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결국 페리의 내항, 외국의 통상조약 강요, 그리고 막부의 소극적 외교 등이 천황에 대한 기대로 확대되며 존왕양이 사상이 전국적으로 보급되었고 후에 일본에서는 내분이 일어나게 된다.

Ⅱ. 본론

1) 메이지유신의 전개

왕정복고 후 메이지 신정부는 외국에 대해 천황정부의 성립을 알려 승인을 받음과 함께 중앙관제 정비에 착수했다. 신정부의 지도자들은 대부분 도쿠가와 바쿠후에 적대적이었던 한 출신의 젊은 무사들로서 주로 내정문제와 서구 열강의 침략 위협에 자극을 받았다. 이들은 '부국강병'(富國强兵)이라는 표어 아래 서구 열강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민족국가를 만들고자 했다. 1868년 공포된 ' 5개조 선언문'(五個條誓言文)에도 나타나 있듯이 에도[江戶 : 지금의 도쿄]로 천도한 신정부의 제1의 목표는 구 봉건체제를 해체하는 것이었다. 이 목표는 1871년 폐번치현(廢藩置縣 : 종래의 한[藩]을 폐지하고 중앙정부가 관료를 파견해 통치하는 현을 설치한 것)에 의해 대부분 달성되었으며 아울러 봉건계급의 특권들도 철폐되었다. 같은 해 정부군이 구성되었고 1873년에는 징병제도를 실시했다. 또한 통일적인 조세·화폐 정책을 실시했으며 1873년 지조개정(地租改正)으로 주요수입원을 확보했다.

메이지유신의 지도자들에 의해 천황의 이름으로 수행되던 혁명적 조치들은 1870년대 중반이 되면서 점차 반발에 부딪히게 되었다. 신정부의 정책에 불만을 품은 무사계급들이 반란을 자주 일으켰는데,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메이지유신의 지도자 가운데 한 사람인 사이고 다카모리[西鄕隆盛]가 이끈 반란(세이난 전쟁[西南戰爭])이었다. 이들 반란군은 새로 구성된 신정부군에 의해 가까스로 진압되었다. 한편 신정부를 불신하고 농업정책에 불만을 품었던 농민들도 반란을 일으켰으며 이는 1880년대에 절정에 달했다.


[사이고 다카모리가 이끈 반란 (세이난 전쟁 西南戰爭)]

동시에 서구 자유주의 사조의 도입으로 고양된 자유민권운동은 점차 헌정(憲政)의 창출과 민선의회를 통한 폭넓은 정치참여를 요구했다. 정부는 이러한 압력에 대응해 1890년까지 헌법을 제정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1881). 이어 1885년에 내각제도를 창설했으며 1886년부터 헌법제정작업을 시작했다. 결국 1889년 천황이 국민에게 하사하는 형식으로 헌법이 공포되었고 제한선거에 의해 양원제 의회가 설립되었으며, 1890년 첫 의회가 소집되었다.

메이지시대에는 정치적 변혁과 더불어 경제적·사회적 변화도 이루어졌다. 아직 일본 경제는 농업의존적이었지만 정부는 '산업화'라는 목표 아래 전략산업과 교통·통신 산업 등을 발전시켰다. 1872년 최초로 철도가 개설된 이래 1890년까지 2,250㎞의 철도가 부설되었으며 전국 주요도시에 전신선이 가설되었다. 정부의 재정지원과 1882년 도입된 유럽식 은행제도에 힘입어 사기업의 활동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한편 이러한 근대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서구의 과학기술이 필요했는데, 이에 따라 '문명개화'의 기치 아래 사상에서 복식·건축에 이르기까지 서구 문화가 널리 장려되었다. 그러나 1880년대에는 일본의 전통적 가치가 재평가되면서 대대적인 서구화정책은 다소 주춤해졌다. 이러한 양상은 근대적 교육제도의 발전에서 엿볼 수 있으며 서구의 이론과 양식에 영향을 받기는 했지만 무사들의 충성심과 사회적 조화라는 전통적 가치도 중요시되었다. 이와 같은 경향은 예술과 문학에서도 두드러져 초기에는 서구 양식들이 모방되었지만 점차 서구 양식과 일본적 취향을 조화있게 융합해 나가기 시작했다.

메이지유신의 목표는 20세기 초가 되면서 대부분 달성되어 일본은 근대 산업국가로 가는 길을 순조롭게 걸어 나갈 수 있었다. 서구 열강에 치외법권을 인정했던 종래의 불평등조약들은 1894년에 개정되었다. 영·일동맹(1902) 및 청일전쟁(1894~95)과 러일전쟁(1904~05)을 통해 주요열강으로 세계무대에 등장했다. 이러한 변혁의 시대는 1912년 메이지 천황의 죽음으로 일단락되었다.

2) 우리가 살펴본 메이지유신 - 사쓰마 번(現)가고시마 현을 중심으로

젊은 사쓰마 의 군상（若き薩摩の君像）

‘메이지유신’을 일으킨 여러 주역들을 배출하였으며 ‘메이지유신’의 근원지라 할 수 있는 사쓰마 번, 현재의 가고시마 현에서부터 일본 근대화의 과정을 알아보기 위한 우리 이스탄불 프로젝트 팀의 여정은 시작되었다. 사쓰마 번이었던 가고시마 현은 조슈 번이었던 야마구치 현과 함께 바쿠후를 무너뜨리고 1868년 메이지유신을 이룬 핵심지다. 사쓰마는 중세 이래 국제정보 수집의 중심지이자 신문물 도입의 관문이었다. 그렇기에 가고시마는 문명과 문명이 교차하는 핵심지라고 할 수 있다.

근대화의 과정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역사적인 장소에 가서 조사를 해야 된다는 생각과는 다르게 처음 목적지는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있었다. 가고시마역의 앞 광장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동상이 바로 그곳이다. 일반인들이라면 조형물이라 생각하고 지나쳤을 동상이 우리에게는 소중한 자료가 될 만한 것이었다. 문득 시내 한 가운데에 우뚝 여러 명의 젊은이들이 조각되어 우뚝 서있는 조각품은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세워진 것인지 우리를 궁금하게 했다. 동상의 이름은 ‘젊은 사쓰마의 군상’, 이름에서부터 드러나듯이 사쓰마 의 젊은이들을 동상으로 제작한 것이다. 1865년 일본 최초로 해외에 유학을 갔었던 19명의 사쓰마 젊은이들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조각품이다.




일본의 막부시절 1863년 사쓰마 번과 영국 사이에 전쟁이 있었다. 이른바 사쓰에이 전쟁이다. 이 전쟁에서 사쓰마는 번의 전력을 다하여 저항하였지만, 영국의 군함 몇 척에 참패하고 만다. 이 싸움 이후 사쓰마 번은 영국을 비롯한 서양에 크게 충격을 받게 되었고 이들을 적으로 간주하지 않고 오히려 서양의 우수성을 본받아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15세 전후의 우수한 소년들 19명을 모집하게 되는데 당시 막부에서는 쇄국정책을 표방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의 해외유학은 실제로는 국금을 어긴 것이고, 만약 발각 시에는 죽을 수도 있었다. 최초로 한 번도 맛보지 않은 세상에 나가는 젊은이들 목숨을 건 그들의 도전이 참 대단해 보였다. 사쓰마 번은 막부정권 몰래 이들을 영국으로 파견한다. 소년들의 도전은 마치 콜롬버스처럼 미지의 세계를 알기 위해 떠난 새로운 도전이기도 하며, 자신들이 맡은 책임감과 신념을 가지고 떠난 하나의 결의에 찬 파견이기도 했다. 이 19명의 소년들은 서구의 선진학문과 문물을 습득하여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 근대화에 공헌하며 메이지시대의 주역들로 다방면에서 활동하게 된다.

쇄국정책에도 불구하고 영국으로 사절단을 파견한 과거 사쓰마 번의 모습을 생각해보면서 왜 ‘메이지유신’이 다른 지역이 아닌 이 사쓰마 번을 중심으로 발생하였는지 알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모두가 ‘아니요’라고 할 때 ‘예’라고 말한 사쓰마 번은 다른 번들과는 다르게 누구보다 먼저 서양을 본받으려 했고 이것은 시대를 앞서나가는 생각이었다. 당시 사쓰마 번의 사회적 분위기가 얼마나 진취적이고 도전적이었던가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이는 사쓰마 번의 인식이 굉장히 깨어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사쓰마 번이 다른 한편으로는 시대에 완벽하게 앞서가지 못하고 고전적인 틀에 박힌 모습도 보이고 있었다. 이 사실은 ‘젊은 사쓰마 의 군상’을 살펴보면 찾아볼 수 있다. ‘젊은 사쓰마 의 군상’은 이때 파견된 19명의 소년들 중 17명의 모습을 동상으로 제작했다. 동상으로 제작되지 못한 나머지 2명은 사쓰마 번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제외 되었다고 한다. 사절단을 파견한 사실을 기념하기 위한 동상이라면 19명 모두의 모습으로 제작 되었어야 하지만 다른 지역의 소년 2명을 제외시킴으로서 사쓰마 번은 지역차별이라는 일부 고전적인 사고에 갇혀 있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유신고향관　(維新ふるさと館)

가고시마에서 발견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메이지유신’에 관련된 장소다. ‘유신고향관’이라는 이름에서부터 유신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많은 역사, 문화적 유산을 간직하고 있는 가고시마는 메이지유신 때 사이고 다카모리와 오쿠보 도시미치를 비롯한 많은 영웅들을 배출한 곳이다. 유신교향관은 그러한 과거를 잘 담아낸 박물관이로 1840년대 개향과 통상을 요구하는 유럽 열강의 압력이 높아지자 본격적으로 근대화에 착수했던 사쓰마의 국제화를 보여주는 상징물이다. 각 테마 전시실에는 ‘유신삼걸(維新三傑)’로 불리는 사이고 다카모리와 오쿠보 도시미치, 사쓰마 번의 제11대 번주이자 시마즈 가문의 제28대 당주로 있었던 시마즈 나리아키라 등의 인물에 대한 설명과 유신 전후의 사쓰마 상황이 소개되어 있다.

유신고향관에서는 「유신으로의 길」이라는 드라마를 상영해주는데 당시 일본의 사정과 사이고 다카모리, 오쿠보 도시미치 등의 인물들의 생각들을 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한 가지 인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사이고 다카모리와 오쿠보 도시미치의 관계이다. 이 둘은 사쓰마 번 출신으로 동네친구라고 할 수 있는 관계였다. 또한 번주 나리아키라 밑에서 뜻을 같이하며 개혁파 도막운동의 중심인물로 성장하였고 메이지유신의 가장 중심적 인물들로 활약하며 새 유신정권을 세우는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끝에 가서 이 둘은 서로 적이 되었다. 사이고 다카모리는 메이지 신정부의 요직에 참여하다가 정한론을 주창한 것이 정부에 받아들여지지 않아 관직에서 물러난 후 귀향했는데 이후 중앙 정부와의 대립이 격화되어 1877년 세이난전쟁을 일으키게 된다. 이때 세이난전쟁을 진압한 사람이 바로 사이고 다카모리의 오랜 친구라 할 수 있는 오쿠보 도시미치였다. 한때 같은 것을 꿈꾸며 함께한 동료와 서로 적이 된 둘의 사이는 비극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한국 사람의 관점으로 볼 때에 정한론을 주장한 사이고 다카모리가 나쁜 인물로 평가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당시 일본에게 사이고 다카모리는 일본을 위한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소정원(센간엔 磯庭園)

가고시마, 즉 사쓰마 번은 옛날부터 세계의 문명과 문화를 받아들여 왔는데, 그 사쓰마 번을 관리하였고 유신에도 영향을 미친 시마즈가의 별장으로 쓰였던 곳이 바로 센간엔이다. 한 지역을 오래 가지고 있었던 시마즈가의 문장은 이곳 여러 곳에 표시되어 있었다. 가고시마에 남아있는 역사적 유적은 대부분 이 가문과 연관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센간엔은 시마즈 가문의 근대화 사업을 기리는 유물들로 채워져 있다. 센간엔은 1658년, 19대 시마즈 미쓰히사가 별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지은 것으로, 그 이후 역대 번주에 의해 계승되어 왔다. 21대 시마즈 요시타카는 은거생활 후 센간엔에 거주하며 이소 부교(사무를 관장하는 부처의 장관)를 두어 센간엔 내정비에 힘을 썼으며, 27대 시마즈 나리오키 때는 정원 확장공사가 이루어졌다. 메이지유신 이전까지 약 700년 동안 가고시마를 통치해왔던 시마즈가 약 5만평의 넓은 땅에 일본 정통성을 살리고 아름다운 건물, 인공연못 등 일본식 정원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어 한 폭의 그림같았다. 이 뿐 아니라 이소정원에서 바라보는 활화산 사쿠라지마의 풍경이 멋있어서 더욱 아름다웠다. 이후 19세기 영국과 프랑스 등 서구열강이 아프리카, 인도, 동남아시아를 거쳐 극동아시아에 진출해 올 때, 일본의 남쪽에 위치하며 이 시대의 영향을 가장 먼저 받은 사쓰마 번은 서구의 과학기술을 도입하여 근대화, 공업화에 들어갔다. 특히 1851년 사쓰마 번주에 취임한 시마즈 나리아키라는 이소지역을 중심으로 부국강병, 식산흥업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집성관 사업을 시작하면서 이곳 센간엔에 집성관을 축조했다. 이 사업은 조선, 대포 제조, 제철, 방적, 유리, 인쇄, 전신, 의료,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 이르렀다.

시마즈 가의 이런 면을 보면 얼마나 시대의 흐름을 잘 읽고 대응 하였는지를 알 수 있다. 센간엔은 단순한 별장이라고 하기보다 일본의 근대화에 대한 노력이 녹아있는 장소라 생각된다. 또한 센간엔에는 시마즈 나리아키라가 1854년에 만들었다는 서양식 군함인 쇼헤이마루가 있었다. 이때 시마즈 나리아키라는 일장기를 일본 배에 걸어야 한다고 제안하여 배에 걸었고 이 후, 일장기는 일본의 국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것이 일본 국기 탄생의 유래라고 한다. 한 집안의 영향력이 한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한 나라 전체에 퍼진 영향이라니 참 대단하지 않은가? 현재 일본의 상징인 국가에뿐 아니라 근대화에 도움을 준 집안이기까지 하다. 시마즈 가는 참으로 역사적인 집안이다.


Ⅲ. 결론 - 나의 관점에서 바라본 메이지유신

1) 동쪽 끝에 위치한 섬나라 일본 (최초희)

일본의 메이지유신과 근대화 과정이라는 주제는 처음에는 세계사에 대해 무지한 나에게 어렵고도 무거운 주제였다. 규슈는 우리나라 부산과 불과 180km 남짓 떨어져 있을 정도로 매우 가깝고 접근성이 용이하지만 제대로 아는 것이 없는 곳이었다. 규슈를 방문하는 것은 일본의 메이지유신과 근대화 과정에 대한 고찰과 일본문화와의 새로운 만남이었다. 사전교육과 메이지유신과 근대화 과정에 대한 공부와 관심을 가지고 떠난 일본 여행은 재미있고 보람찼다. 주제를 가지고 떠나는 여행은 그만큼 보는 눈을 넓게 해 주었고, 역사를 보는 눈을 길러주었다. 규슈는 일찍부터 대륙으로부터 선진 문화를 받아들이는 ‘문화의 창’이며, 일본 최초의 문명을 꽃피운 ‘역사의 요람’이었다.

특히 메이지유신의 핵심지역 가고시마를 보게 되었던 것은 큰 경험이었다. 가고시마는 사이고 다카모리와 사카모토 료마 등 일본 메이지유신을 이끈 사람들의 흔적을 다시 되짚어갈 수 있는 장소였다. 그들로 인해 일본은 새로운 길을 가게 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역사라는 것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었다. 역사의 한 사건은 그보다 앞선 시대의 상황과 사건들, 그리고 사람들의 인과의 얽힘 속에서 일어나는 것이며 이것은 다시 사건이 일어난 당시의 여러 상황들과 맞물려 흘러가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와 다른 노선을 걸어갔던 일본, 쇄국이 정답이었을지 개국이 정답이었을지 정답내리기에는 곤란하다. 그러나 일본이 현재 매우 강국으로 발돋움 할 수 있었던 것은 근대화 성공한 나라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메이지유신이 일본의 근대국가 형성에 미친 긍정적인 영향은 대단하다. 메이지유신은 정치, 법률,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봉건 체제와 제도를 근대적인 것으로 바꾸는 개혁이었고, 일본 사회를 총체적으로 변화시킨 운동이었다. 혁명적인 개혁을 한 결과 중앙 정권이 탄생했고, 신분제를 없앴으며, 교육 받을 기회를 크게 넓혔다. 메이지유신은 문명개화와 국가 발전을 이룩한 점에서 근대화와 근대주의 빛으로 볼 수 있다.

메이지유신으로 일본은 동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 선진 진보의 최첨단에 서게 되었다. 그러나 일본은 아시아 사회를 침략하는 새로운 반동적 거점이 되었다.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유발했고, 그 결과 일본은 제국주의 국가가 되었다. 이처럼 메이지유신에는 빛과 그림자 양면이 존재하는 것이었다. 또한 처음 메이지유신과 근대화과정을 공부하면서 의문을 가졌던 것이 있다. 다른 아시아 제국가들 대부분이 구미열강의 식민지 내지 반 식민지화 되어가는 와중 속에, 어떻게 하여 일본만이 식민지화를 면하고 서구적 근대화에 성공하여 독립 민족국가 형성을 달성할 수 있었을까? 라는 것이었다. 일본에 다녀오고 여러 책을 읽으면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내릴 수 있었던 것 같다

서구 열강이 볼 때 아시아의 동쪽 끝에 위치한 일본은 가장 먼 나라이다. 그것도 대륙의 일부가 아닌 바다로 둘러싸여 홀로 외롭게 떠있는 섬나라인 것이다. 이런 ‘홀로 있다’는 지리적 특징이 오히려 일본이 서구열강의 손아귀에 잡혀 들어가지 않도록 해준 이점의 하나가 되었던 것 같다. 또한 이미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대국들은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에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기에 일본까지 손을 뻗칠 여력이 충분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일본의 빗장을 풀고 문을 열게 했던 나라가 바로 미국이었기 때문인 것도 있는 것 같다. 페리제독이 흑선을 가지고 개항을 요구했고 일본은 결국 받아들였다. 미국은 영국의 지배에서 벗어나 독립지배에 승리했던 만큼 영국의 식민지주의에 비판적일뿐 아니라 영토적 야심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일본 역사의 여러 점을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것과 더불어, 일본 문화를 체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일본에 가서 쓰레기 없이 깨끗한 거리와 실용성을 중요시하는 검소한 생활습관, 누구에게나 친절한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리가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위해 일본시내에 나가 여러 사람들을 인터뷰하면서 특히 감명 깊었던 것은 일본인들의 친절한 자세였다. 일본인들이 예의 있고 겸손한 태도를 보여줘서 매우 고마웠다.

내가 일본에서 배워온 것은 일본의 메이지유신과 근대화 과정이라는 역사탐방뿐 만 아니라 일본인과의 소통, 일본문화를 배웠던 것 같다. 규슈탐방은 문명탐구일 뿐 아니라 국제화 경험을 키워 문화 이해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였다. 지금의 배움이 우리가 사는 세계 ‘동아시아와 근대 문물의 수용’의 수업에도 많은 도움을 줄 것 같다. 또한 많은 문화 나가사키 역사 문화 박물관, 후쿠자와 유키치의 생가방문, 그라바 공원 등 많은 곳을 방문해 규슈를 넘어 일본을 느끼고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러한 배움과 다른 이들과 소통을 통해서 만나게 되는 규슈는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이러한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해주신 분들께 감사함을 전한다.

2) 과연 일본의 근대화가 긍정적이기만 했을까? (최경원)

이번 여행을 통해 살펴본 일본의 근대화 과정은 대부분 긍정적인 면만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서 과연 일본의 근대화가 긍정적이기만 했을까 하는 의문점이 든다. 과거 막번 체제를 붕괴시키고 천왕의 권력을 높이고자 한 ‘메이지유신’의 주도 세력들, 과연 그들은 단지 천왕 한 사람을 위하여 노력하였을까? 외적인 면만 보면 그러하겠지만 ‘메이지유신’ 후의 모습을 살펴보면 꼭 그렇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메이지유신’을 주도한 대표적인 번인 사쓰마 번과 조슈 번의 인물들은 메이지 시대가 오는 것과 동시에 정부의 주요 요직자리에 앉게 된다. 어떻게 보면 이것이 그들이 원하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이는 단순히 막부시대의 쇼군의 권력을 천왕에게 이임한 것일 뿐만 아니라 그 일부를 사쓰마 번과 조슈 번에서 가져갔다고 볼 수 있다. 비록 ‘메이지유신’이 성공했다고는 하지만 이와 같은 모순점이 발생한 데에는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메이지유신’의 주도 세력이 일반 평민이 아닌 당시 특권계층이라고 할 수 있는 사무라이였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만 보더라도 일반 농민이 권력에 관심을 갖는 경우는 드물다. 높은 직위에 있는 사람일수록 권력에 더 관심을 갖기 마련이다. 일본의 상황도 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들은 사무라이 중에서도 하급 사무라이로 조금 낮은 위치에 속하긴 하였지만 사무라이였다는 사실 만으로도 현대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메이지유신’을 ‘위로부터의 개혁’으로 보고 있다. 위로부터의 개혁이기 때문에 모순점도 존재하였지만 일본의 경우는 일반적인 경우와 달랐다. 이 사실은 과거 한국의 경우를 통해서 알 수 있다. 옛날 조선에서도 일본의 ‘메이지유신’과 같은 근대화를 목적으로 한 혁명이 일어났었다. ‘갑신정변’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조선의 이 혁명은 실패로 끝나게 되었다. 이는 조선이 일본의 ‘메이지유신’을 모방 할 때에 단편적으로 ‘위로부터의 개혁’을 따라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겉으로 볼 때에는 단순한 ‘위로부터의 개혁’이었지만 실제적인 국내 사정은 우리와 달랐다. 당시 일본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막번 체제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막부의 사무라이들은 권력을 이용해 농민들을 착취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메이지유신’이 위로부터의 개혁이었을 지라도 국민들은 막부를 붕괴시키고자 한 이 개혁을 지지하게 된다. 따라서 ‘메이지유신’은 아래로부터의 개혁으로도 볼 수 있다.

이와 달리 조선에서 ‘갑신정변’을 주도한 세력인 극히 일부로 단순한 ‘위로부터의 개혁’이였다. 때문에 국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게 되었고 결국 실패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위와 아래에서 동시에 개혁을 시도 했다고 할 수 있는 ‘메이지유신’은 몇 가지 모순점이 있었지만 본받을 만한 일이다. ‘메이지유신’을 따라 하려고 했지만 실패한 한국과 중국은 안타깝기도 하다. 끝으로 이번 여행을 통해 일본 근대화 과정의 주요 지역들과 인물들에 대하여 알아가면서 일본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일본의 근대화 결과 한국에게는 안 좋은 일도 생기긴 하였지만 객관적인 시각을 갖고 보면 시대를 앞서가고자 한 당시 일본의 노력들은 현재의 우리도 보고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3) 사학도로서 지켜본 일본의 근대화 (최영인)

대학에 입학하여 처음 이스탄불 프로젝트를 과선배로부터 전해 들었던 나는, 본 프로젝트에 많은 기대감을 가지고 지원하게 되었다. 출발하여 돌아오는 5박 6일의 일정동안, 돌이켜보면 수많은 것들을 체험하고 느끼며 생각할 수 있었던 뜻 깊은 시간이었다.

그중에서도 내가 속한 팀은 일본의 근대화를 실현시키고 더 나아가 지금의 일본이 있게 한 개혁, 메이지유신을 집중적으로 탐구했다. 탐방 전 사전교육으로부터 시작하여, 출국 전 개별적 학습까지 우리 팀은 실제 메이지유신이 남긴 것들을 만나기전 만반의 준비를 하고 떠났다.
특별히 나는 사학(史學)도로서 역사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이번 프로젝트를 나의 전공에 기초가 되는 기회로 삼고자 했다. 평소 책이나 논문을 통해서만 접해본 메이지유신을 직접 보고 느낀다는 것에 마음이 설레기도 했다.

우리 팀이 중점적으로 탐구할 주제인 메이지유신에 대한 유적과 정보는 탐방지역 중 사쓰마 번, 곧 지금의 가고시마 현이라는 곳에 집중적으로 분포해 있었다. 우리는 일본 근대화에 지대한 공을 끼친 사쓰마의 청년들을 기리기 위해 세운 ‘젊은 사쓰마의 군상’부터 유신의 거의 모든 것이 담긴 ‘유신고향관’, 그리고 일본 근대화의 산물이 그대로 남아있는 ‘이소정원’까지 숨 가쁘게 견학을 했다.

이렇게 메이지유신과 일본근대화가 남긴 것들을 바라보며, 나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보통 메이지유신은 막부봉건질서에서 근대화를 이룩한 훌륭한 개혁이라고 평가를 한다. 그러나 나는 이것이 진정한 근대적 개혁인가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근대라 함은 정치는 민주주의, 경제는 자본주의가 바탕이 된 사회인데 일본은 그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전히 정치는 왕이 다스렸고, 경제 또한 완전한 자본주의가 되었다라고 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로서는 이 사건은 매우 혁신적이었기에, 메이지유신을 일본 근대화의 대표적 사건으로 꼽고 추앙하는 것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이해 할 수 있었다.

또한 우리는 규슈지역의 번화가 중의 하나인 텐몬관 이라는 곳에서 사람들에게 메이지유신에 관한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과반수이상의 사람들이 메이지유신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으며, 인터뷰를 꺼려했다. 이 상황을 우리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갑신정변이나 갑오개혁과 같은 역사적 사건에 대해 잘 모르는 것과 같다고 해석했다. 역사지식과 의식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는 사건이었다.

일본, 그중에서도 규슈지방을 탐방하며 느꼈던 점들은 수없이 많았다. 깔끔함과 섬세함, 양보와 친절을 직접 눈과 귀로 체험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함께 5박 6일을 준비하고 다녀온 14명의 소중한 인연들을 얻게 되었다. 끝으로 수고해주신 김활란교수님과 박일수행정실장님 그리고 많은 부분 지원해주신 분들에게도 매우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

 

 

최영인(사학과 1학년), 최경원(화학공학과 1학년), 최초희(국어국문학과 1학년)
-2012 이스탄불 프로젝트 단체보고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