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콘서트 arete 에세이 공모전 최우수상 : "돈과 자본주의의 위상과 의미"

▶ 얼마 전, Arete에서 주최한 북 콘서트에 다녀오게 되었다. 마이클 샌델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주제로 하는 토론회의 일종이었다. 북 콘서트의 대 주제는 4~5가지 정도이고, 전체를 관통하는 내용은 결국 시장과 돈이라는 형이하학적 가치가 인간성과 도덕 등의 형이상학적 가치를 ‘구매’하는 수단이 될 수 있는가, 라고 할 수 있다. 일전에, 마이클 샌델을 국내 대중에게 처음 소개한 책 ‘정의’를 읽었을 때부터 치 사고실험과 같이 이지선다의 상황에 대한 선택을 강요하는 여러 대목에서 탁상공론에 가까운 모습을 보았기에 불편함을 느껴왔다. 이번 책에서는 한걸음 더 나아가서 시장의 개념에 대한 모호함, 그리고 도덕적 가치와 자유주의가 모순적으로 충돌하는 주장을 읽을 수 있었다.

사실, 북 콘서트의 몇몇 논의는 중요한 부분에 초점이 맞지 않았다는 느낌이 있었다. 우선 샌델의 책뿐 아니라 그의 책을 읽고, 그 자리에서 논의하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장의 정의를 정확히 하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예로, 몇 번이나 언급된 아동의 장기 및 인신매매에 관한 내용이 있다. 기본적으로 시장이란 공급자와 수요자가 쌍방의 합의 하에 금전, 혹은 물물거래를 함으로써 형성된다. 물론, 수요-공급의 차이나 기타 사회적 조건에 따라 한쪽이 주도권을 쥐는, 소위 말해서 갑을관계가 형성되기는 하지만, 적어도 팔지 않겠다는 물건을 강제로 돈을 쥐어주고 가져가는 것은 시장경제활동이라고 하지 않는다. 따라서 인신매매나 제3세계 아동의 장기매매는 이런 면에서 애초에 시장의 예로 들 수가 없다. 수요-공급은 장기 구매자와 브로커 사이에서나 이루어질 뿐, 장기나 인신의 1차 공급자의 의지는 전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시장경제의 선악을 논하기 이전에 먼저 합법적이고, 인정받는 시장경제의 범위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으며, 위에 언급된 예들은 범죄의 영역이며 황금만능주의가 불러온 문제라 할 수는 있겠으나 시장경제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생각해야 할 시장경제의 문제는 독과점이나 담합등과 같이 수요와 공급에 의해 형성된다는 시장의 기본적인 조건을 만족하면서도 재화의 적절한 분배에 악영향을 미치는 현상들이다. 그리고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독과점 등을 법으로 규제하는 수정자본주의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

또한, 자본주의라는 이름이 주는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인지, 전반적으로 자본주의의 대두 이전보다 이후에 더 많은 도덕적 가치가 화폐로 거래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사람이나 목숨을 돈으로 사고파는 일은 자본주의가 뿌리내린 근현대보다는 그 이전의 중세-고대에 걸쳐서 더 심하고 광범위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근대 이전에는 노예가 합법이었으며, 여성의 성을 사고파는 것도 법으로 금지되어 있지 않았다. 반면에 이전의 귀족과 같은 태생적 신분이 갖는 권력을 금전이 대체한 현대사회에서, 노예제나 성매매 등이 금지되고, 이젠 당연한 악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시장경제와 자본주의가 예전에는 사고팔 수 없던 것을 사고팔 수 있게 했다기보다, 예전에는 사고팔아도 되던 것이 인권개념의 성장에 따라 금지되었다고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인신매매나 장기매매의 문제는 오히려 이쪽에 가깝다. 본래 당연하게 사고팔던 노예가 불법인 악으로 규정되자 음지로 숨어든 것이 인신매매이며, 장기매매는 사회구조의 변화보다는 장기를 이식할 수 있는 기술의 유무차이였다. 과거 노예는 인간취급을 받지 못했다는 점을 생각할 때, 노예의 장기를 꺼내서 주인을 살릴 수 있다면 공공연히 노예를 죽여 장기이식을 했으리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가능하다. 즉 인간과 인간성, 인권을 사고파는 행위는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에 따라온 문제가 아니라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문제다.

그 외의 나머지 토론주제의 초점은 훌륭했다. 대리 줄서기나 인센티브와 같은 문제는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금전이 형이상학적 가치로 맞교환될 수 있는가 라는 문제에 대한 좋은 예다. 우선 대리 줄서기는 가장 첨예한 논쟁이 이루어진 논제였다. 그러나 줄선 자의 권리에 대해 생각해 본다면 문제가 한층 단순해진다. 대량으로 암표를 구매해서 파는 행위는 일종의 무허가 브로커로 볼 수 있으므로 용인하지 못하지만, 한 표를 줄을 서서 샀다면, 그게 대리 줄서기든, 아니면 원해서 구한 표를 어떤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하게 되어서 팔게 되었든, 줄을 선 개인의 수고에 대한 한 표는 그 자신의 권리일 뿐이다. 남는 문제는 사사로이 친구의 표를 대신 구해줄 수도 있는 일이고, 따라서 일인이 몇장까지 표나 권리를 개인의 권리로 행사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란정도이지, 누구도 개인이 자신의 시간을 들여서 구매한 표와 그 권리를 어떻게 행사할 지에 대해 간섭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

다만 공연장 우등석에 대한 논의는 나올 필요가 없는 논란이다. 공연의 표를 파는 것 자체가 이미 공연을 하나의 상품으로 보고, 시장에 내놓는 행위인데, 상품에 가격대에 의한 차별화를 두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 잠깐 나온 홍승현 패널님의 성수기 스키장이나 펜션의 예약에 관한 이야기 역시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성수기의 비싼 가격 때문에 상대적으로 돈 없는 사람들이 스키를 즐길 권리가 박탈당한다고 하지만, 사실 이 논리는 사치재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 높은 가격 때문에 대다수가 즐기지 못하는 벤츠나 명품, 해외여행 등이 모두 부정당하게 될 것이다. 만약 사치재가 존재하지 않고, 상품에 가격대 품질의 차등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과연 그것을 올바른 시장이라고 부를 수나 있을지 의문이다. 사회주의 체제하에서나 그와 같은 전 인민이 평등한 상품을 평등하게 누린다는 사상이 가능하지 않을까.

토론의 후반부에서, 인센티브와 관련하여 대학의 시장화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순수하게 학문을 추구해야 할 대학이 이득을 위해 움직인다는 주장은 최근에 나온 것은 아니었다. 나는 이 부분에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무용한 가치에 집착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예전, 지식이 특권층의 전유물이었던 시절에 학자와 학교는 일종의 성자이며 성소였다. 사농공상, 선비는 쌀값을 묻지 않는다. 와 같은 말도 있어서 학문하는 자는 돈을 천하게 보고, 학문은 돈과 연관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강했다. 하지만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자유주의의 대두는 사람의 출생, 지위고하에 관계없이 지식에 대한 무제한의 접근을 허용했다. 배움의 장을 유지하기 위한 돈을 낼 수만 있다면 누구나 배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사회의 변화는 돈이라는 악마가 숭고한 학문을 침식했다고 볼 일이 아니다. 오히려 돈이라는, 태생적 계급보다는 평등한 하나의 가치가 특권층의 전유물이었던 학문과 지식을 대중의 눈앞으로 끌어내렸다고 봐야 한다. 금전은 가진 자와 못가진자의 계급을 나누고, 그 재산 역시 세습되지만, 적어도 과거의 왕이나 귀족과 같은 절대로 접근할 수 없는 계급격차에 비하면 비교적 평등한 가치라고 할 수 있다.

과연 지금 돈과 자본의 논리가 배움의 성소를 침범한다는 주장은 진정 비영리적 인문학의 존폐만을 걱정하는 것인가, 아니면 학문은 높은 곳에 고고하다는 거만하고 중세적인 특권의식의 잔재에도 기원하는가 생각해야 할 일이다. 또한 도서관 앞의 오벨리스크에 새겨진 “LUX MUNDI - 온 누리에 빛을”이라는 문장은 과연 대학과 학문이 세속적 가치 위에 서있을 것을 의미하는가 아니면 인간의 삶 그 자체인 세속 속으로 뛰어들어 모든 이에게 가능한 공평하게 배움을 베풀 것을 의미하는가. 나는 후자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자본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상대적으로 도태되기 쉽다고 인식되고 있는 순수과학이나 인문학 역시 인간의 삶을 정신적으로 이롭게 하고, 실용기술의 바탕이 되는, 투자할 가치가 있는 학문이라는 사실을 능동적으로 증명해 보여야 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돈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선입견적 이미지와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다. 자본주의의 팽창이 과거보다 더 많은 형이상학적 가치를 금전으로 거래한다고 생각했지만, 자본주의는 계급주의와 인권개념의 부재로 인해 특권층의 전유물이었던 여러 가지 가치와 권리를 좀 더 평등한 가치를 통해 접근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시장경제가 온갖 끔찍한 일들을 일으킨다고 생각했으나, 그것은 시장경제가 아니라 단순한 범죄였다. 이러한 여러 오해들의 근본에는 물질적인 것을 천시하고 배척하는 오래된 구습이 있다.

돈은 아주 오래전부터 부정한 것으로 치부되어 왔다. 서양에 기독교적 가치관이 들어서던 시절부터 중근동의 재화와 부의 신 마몬은 욕심과 돈에 의한 타락을 상징하는 악마로 표현되었고, 동양에서 유교는 사농공상의 계급순서를 만들고, 돈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상인을 가장 천한 직업으로 취급했다. 욕심과 물질적 가치를 큰 죄악으로 생각했던 과거의 이 가치관은 21세기의 현재에 와서도 공고히 자리 잡고 있으며 자본주의의 부정적 관념의 큰 원인 중 하나로 존재한다. 앞으로 우리가 돈과 시장경제를 올바르게 바라보고,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이러한 잘못된 가치관으로부터 형성된 선입견을 내려놓아야 한다.

이제 우리는 돈과 자본주의란 하나의 거래수단일 뿐이며, 이는 태어나면서부터 결정되어서 인간의 인생 전체를 지배했던 계급으로 구성된 사회를 한 단계 더 많은 사람들이 좀 더 공평하게 접근할 수 있는 사회로 개방한 하나의 혁명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또한 법 위에 군림하던 계급과 달리 시장경제는 기본적으로 정의라는 형이상학적 가치를 다루는 법 아래에서 관리된다는 점도 알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가 여러 가지 형이상학적 가치, 도덕적 가치에 대해 돈이 개입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는 자명하다. 시장경제와 그 수단인 돈은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유용하게 사용되는 도구로서 받아들여야 한다. 칼이 범죄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하여 칼을 악으로 규정하지 않듯이 자본주의적 사고가 황금만능주의로 흐를 수 있다고 하여 자본과 시장경제를 악으로 규정하지 않고, 칼이 개인의 이성에 의해 감시되고 통제되듯이 시장경제는 법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우리가 돈과 시장경제를 가치중립적인 입장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도구는 숭배되어서도 안 되고, 증오의 대상이 되어서도 안 된다.

돈은 모든 것을 살 수 없다. 돈은, 살 수 있는 것만 살 수 있다. 이 말은 일견 너무도 당연해 보이는 말이다. 하지만 마이클 샌델의 책과, 진행된 우리의 토론과, 지금까지 자본주의와 시장경제, 그리고 형이상학적 가치에 대해 진행되어온 수많은 논의를 결론짓는 단 하나의 열쇠다. 돈은 법적으로 규정된 상품만을 살 수 있고, 그 상품의 범위를 정하는 것은 우리의 법이다. 법은 도덕에 기초해서 만들어지며, 도덕은 그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가치관적인 합의에 의해 구성된다. 그렇기에 법과 도덕으로 통제되는 돈과, 통제되는 돈이 만들어내는 시장경제는 사회의 형이상학적 가치를 이미 담고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하고, 금전에 의한 가치의 거래가 언제 시장경제의 범위를 넘어서 범죄의 영역으로 접어드는지를 감시하는 것뿐이다. 나는 모든 도덕적 가치에게 형이하학으로의 추락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시장경제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여러 문제들이 실은 시장경제 그 자체의 문제가 아니며, 우리가 도덕적이라고 생각하는 몇몇 가치관들이 실은 고루한 시대의 잘못된 편견이며 특권층만이 그 권리를 향유하던 시절의 가치관이 지금까지 이어져온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어떻게 하면 시장경제가 우리의 중요한 가치를 보장하고,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할 수 있는지, 그것을 말하고 있다.

만약 우리가 진실로 지성인이고, 사회를 진보적인 방향으로, 더 나은 세계를 향해 이끌고자 한다면 돈과 시장경제체제라는 훌륭하고 가치중립적인 도구를 얼마나 훌륭하게 다뤄 내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과거와 같이 금전을 천시하거나, 혹은 반대로 재화의 완벽한 균등분배가 이상적이라는 환상을 가져서는 안 되며, 다른 여러 가치와 동등한, 인간의 사회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받아들이고, 그 유용성과 존재가치를 지금까지 우리가 금전 위에 서있다고 생각한 여러 다른 덕목과 유연하게 접목시킬 때 우리의 학문과 사회구조는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김정환
생체의공학과, 2008102891


북콘서트 arete 에세이 공모전 최우수상/인기상: 마이클 샌델, 그는 틀렸다


놀라움보다는 아쉬움이 큰 책이었다. 첫째는, 책 자체가 실망스러웠고, 둘째는 작가인 마이클 샌델이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책 자체가 실망스러웠던 이유는 전작인 『JUSTICE』에 비해 다양한 담론을 다루지 못했고, 주로 사례위주로 쓰여 굳이 책으로 내야할 필요를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른 작가라면 모르겠지만, 2년 전 나에게 처음으로 철학에 희열을 느끼게 했던 마이클 샌델이기에 조금은 억지로 채운 듯한 책의 구성이 아쉬웠다.(이제까지 내가 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JUSTICE』에서는 결론을 내리기보다 끊임없이 묻고 이야기했던 것에 반해, 이번 책에서 그는 ‘소통’과 ‘협상’이라는 명확한 결론을 내린다. 나는 그 결론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그조차도 결국에는 자본주의의 한계를 넘어선 담론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에 실망했다.(애초에 내 기대가 너무 컸던 것 같기도 하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시장논리가 사회영역까지 진입한 배경에 대한 내용이고, 또 하나는 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존재해야하는 지에 대한 근거와 사례에 관한 내용이다. 그는 이 이야기를 통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존재해야함을 입증하고, 그것들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가 끊임없이 소통해야할 필요성에 대해 언급한다.

먼저 시장논리가 사회영역으로 침투하고, 현대가 거래만능주의로 접어든 이유는 크게 두 가지 때문이다. 첫째, 세상이 변하였다. 비시장 규범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일상적인 삶의 영역에 경제적인 관념이 침투한 것이다. 책에서 언급되는 명명권의 매매나 말기환금, 데스풀 등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과거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죽음이나 인격과 같은 도덕적 가치를 현대는 경제적으로 재단하고, 수량화, 수단화하는 것이다. 둘째, 경제학자들의 인식이 변화하였다. 과거에 경제학자들의 연구 대상이 수요, 공급과 같은 지극히 경제적인 부분에 머물렀다면, 현대에는 이를 삶의 영역에 적용해, 인간의 행동마저 경제학적인 방법으로 설명하려 들고 있다. 경제학은 인간이 행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전제하고, 인간의 모든 행동은 공리주의적인 계산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이러한 원리에 따라 인간의 행동은 예측가능하며, 조정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결과적으로 경제학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자신감, 그리고 이를 수용하는 변화된 현대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으로 만들고 있다.

그렇다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돈으로 살 수 있게 되었을 때 생겨나는 문제점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은 그의 모든 예시에 있어 두 가지 문제점을 제시한다. 하나는 공정성에 관한 것이고, 또 하나는 부패에 관한 것이다. 먼저 시장만능주의는 자율성을 빌미로 한 강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공정성에 어긋날 수 있다. 가령 명명권을 예를 들면, 한 사람이 자신의 신체나 집의 명명권을 팔 때, 그 매매는 팔고자하는 그의 자율적인 의지가 아니라 팔 수 밖에 없는 상황적인 강압에 의한 것일 수 있다. 마이클 샌델은 이러한 상황이 전혀 공정하지 않기 때문에, 공리적으로 옳더라도 정의롭지 못하다고 주장한다. 시장만능주의가 잘못된 두 번째 이유는 공리적인 이윤이나, 자본주의적인 공정성을 떠나서 이 행위 자체가 부도덕하기 때문이다. 책에서 말하는 ‘살 수 없는 것’은 신체와 같이 인간 본질에 관한 것으로 침해되어서는 안 되는 인격권이나, 도덕을 의미하는데, 인격권이나 도덕이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되었을 때 그 가치가 변질되기 때문이다. 가령 인간의 생명으로 도박을 하는 데스풀의 경우, 생명이 수단화됨으로 인해 생명이 가지고 있는 불가침의 가치가 침해될 수밖에 없다.

책은 이러한 내용을 여러 가지 사례에 걸쳐 설명하고 있는데 그 중 특히 인상 깊었던 사례는 ‘인센티브’에 관한 사례와 ‘요금과 벌금’에 관한 사례였다. 인센티브는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을 전제로 하는 경제학에서 인간의 행동을 유도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방법이다. 하지만 책에서 나오는 사례들은 인센티브의 생활화가 도덕적으로 잘못되었을 뿐 아니라 실효성마저 떨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상 깊었던 실험은 모금하는 학생들에게 모금액의 일부를 인센티브로 제공하는 실험이었다. 경제학자들의 이론에 따르면 인센티브를 많이 제공할수록 더 많은 기부금을 모금해왔어야 했다. 하지만 실험결과 인센티브가 없던 팀이 가장 많은 모금액을 가져왔고, 10%의 인센티브를 제공한 팀이 그 다음으로 많은 모금액을 가져온 가운데, 1%의 인센티브를 제공한 팀이 가장 적은 모금액을 가져왔다. 이 실험은 인간이 경제적으로 설명된다는 경제학자들의 전제를 무너뜨릴 뿐 아니라, 인센티브가 인간행위의 가치를 절하시켜 오히려 동기를 약화시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인상 깊었다.

요금과 벌금의 사례는 ‘벌금’이라는 가치가 요금이 되었을 때 빚어지는 도덕성의 타락을 보여준다. 비난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부도덕한 행위, 가령 범법자들이 과속에 대한 벌금을 과속을 허용하는 요금으로 인식하면서 오히려 자신의 잘못에 떳떳해지는 것이다. 이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인 준법의 원칙을 요금화함으로써 무시하게 되는, 다소 충격적인 사례였다.

마이클 샌델은 위와 같은 사례를 통해 시장만능주의의 위험성을 경고했으며, 그 불공정성과 부도덕성을 꼬집으려고 했다. 그리고 그러한 목적을 어느 정도 이루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에서 드러난 마이클 샌델의 한계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정의에 관해 논할 때, 시장주의자라는 점에서 그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샌델은 앞에서 말했듯이 자본주의를 긍정한다. 롤스의 정의론을 좀 더 공리적으로 유연하게 풀고자했을 뿐 자본주의를 긍정하는 한에서 그의 사상은 전개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자본주의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는 자본주의가 내제하는 시장의 논리, 그 속에서 필연적으로 벌어질 수밖에 없는 경쟁의 논리를 긍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만 그가 주장할 수 있는 것은 그러한 경쟁 속에서 최소한의 윤리에 대해 생각하자는 것이며,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에 대한 소통, 논의를 통해 공정한 시장, 더 나아가 공정한 자본주의를 만들자는 것이다. 나는 여기서 그의 한계가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왜 시장의 논리가 생활 속으로 들어왔는지에 대해, 왜 경제학자들은 그들의 활동범위를 인간의 영역으로 확장시킬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나는 그가 고민해보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모든 원인을 그저 이윤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일부 사람들의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이유가 그가 긍정하는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에 기반한다고 생각한다. EU통화체제의 창설자인 비너드 리에르테는 “탐욕과 경쟁은 변할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이 아니다. 실은 탐욕과 희소성을 만들고 그것을 증폭하여 우리가 생존을 위해 서로 싸우도록 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즉,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이 경쟁을 유도하며, 희소성을 만드는데, 그 때문에 인간은 이기적이고, 탐욕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본주의라는 경쟁 매커니즘은 인간으로 하여금 끊임없는 이윤을 추구하게 하는 특징을 가졌다. 이 시스템 하에서 우리는 필연적으로 전쟁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고, 끊임없는 생존의 위협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결과 사람들은 공정할 수 없고, 따라서 도덕적일 수 없다. 한순간의 배려가 경쟁사회에서 자신을 도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어떤 회사에서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직원을 감축해야한다고 생각해보자. 이 경우 어떠한 윤리도 존재할 수 없다. 그저 기업의 운영방침에 따라 실직자가 되는 직원들이 있을 뿐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 회사는 회사를 노리고 있는 다른 경쟁사에게 밀려 도태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회사는 정리해고를 단행할 수밖에 없으며, 이 과정에서 누구도 회사에게 윤리적인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되는 과정 또한 위와 똑같은 매커니즘을 통해 이루어진다. 가령 죽음의 시장화에 대해 생각해보자. 마이클 샌델은 ‘죽음’이라는 가치를 담보로 행해지는 데스풀이나 말기환금이 도덕적이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책 전체를 통해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사업이 불공정할 수 있으며, 도덕성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어떤 것이 공정하고 불공정한 것인지, 어떤 것이 도덕적으로 가치 있는 행동이고, 가치 없는 행동인지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새치기가 나쁜 것인가. 내가 그만큼의 가치를 지불할 수 있다면 새치기는 나의 권리가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사고, 파는 과정을 통해 경쟁하고, 그러한 과정 속에서 상호간의 권리를 인정해주는 것이 우리가 정한 자본주의의 규칙이기 때문이다.

물론 데스풀과 같은 도박에 투자하는 것은 생명을 수단화한다는 점에서 누가보아도 그 원초적인 가치를 침해한 것이라고 생각되는 행동이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 책에서 말하는 무엇은 옳고 무엇은 옳지 않다는 정의의 문제를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언급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가령 해고의 경우, 그를 인격체로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계약에 의해서 회사에서 일하는 소모품으로 보는 행위이다. 직장을 잃어 당장 내일을 걱정하는 가장을 만드는 것이 부도덕한가, 아니면 말기환금의 대가로 받은 돈을 통해 노인에게 남은 삶을 유지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부도덕한가. 만약 어느 한 쪽이 더 부도덕하다고 주장한다면 이는 자본주의하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모든 부도덕한 행위를 부정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행위는 경쟁 상태에 놓여있는, 이기적일 수밖에 없는 인간을 전제로 하는 자본주의 내에서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견지로 보았을 때, 현대에 와서 자본주의가 사회영역에 침투하고 있다는 마이클 샌델의 주장 또한 틀린 것이 된다. 명명권에 대한 침입이, 또는 과도한 인센티브가 낯설어 보일 뿐이다. 자본주의는 애초부터 일상생활의 모든 영역에 침투할 수밖에 없게 구성되어 있다. 보이지 않았을 뿐 알게 모르게 경쟁의 논리는 일상생활의 전제가 되었으며, 사회의 모든 희소가치를 배분하는 기준이 경쟁이 된 것 또한 자본주의라는 체제하에 당연시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이러한 견해에 따라 그가 주장하는 소통을 통한 공정하고 도덕적인 사회로의 이행이 불가능하고, 허무맹랑하다고 생각한다. 사회의 공적 기능을 활성화시키거나, 격차를 완화해야한다는 주장은, 결국 체제라는 핵심을 건드리지 못한 채 끝없는 논쟁을 불러일으킬 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체제에 대한 언급 없이 대안을 찾는다는 것은 모순되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그 또한 이러한 사실을 모르진 않았을 것이다. 다만 그는 그가 생각하는 한에서 좀 더 현실적인 결론과 대안을 제시하고자 했던 것 같다. 자본주의를 부정하는 것 자체가 현재의 시스템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이기에, 그 경우 도달할 다소 이상적이고, 비현실적인 결론을 그는 경계한 것이다. 하지만 나는 마이클 샌델이기에, 조금이라도 더 본질에 가까운 결론 혹은 의문을 기대했었다. 그가 『JUSTICE』에서 던졌던 화두 자체가 물음표였고, 이것도 맞고, 저것도 맞는 상황에서 끊임없이 생각해보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너무 현실적이었고, 또 그래서 어떤 의문을 던져주지도, 새로움을 던져주지도 못한 것 같아 아쉬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사상적 완성도가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고무적이다. 롤스의 ‘옳음’에 상황적인, ‘좋음’을 더할 것을 요구하는 그의 사상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에 대한 결정과정을 제시함으로써 구체화되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라는 한계를 넘어설 수 없지만, 끊임없는 줄다리기를 통해 다수가 동의하는, 도덕이 지켜지는 자본주의를 지향하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 이 책은 현실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이를 꼬집고 있으며, 다소 ‘빨간’ 나의 성향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 꽤 좋은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허성필
언론정보학과, 2012104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