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은 시공을 초월하여 타인의 생각과 경험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

안녕하세요. 저는 지난 2012년 6월 4일 경희 독서골든벨에서 대상을 수상한 ‘세보’ 팀의 임현중입니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수상을 목표로 열심히 하긴 했지만 막상 대상을 받고 이런 소감문을 쓰자니 약간 얼떨떨하기도 하네요.

처음 이 대회에 참가하기로 마음먹었던 것은 경희의료원으로 실습하러 가는 길에서 “독서 골든벨” 안내 현수막을 보고나서였습니다. 그 현수막에는 대회 날짜와 선정도서와 같은 간략한 정보만 나와 있었는데 바쁘게 걷던 중에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이라는 책 이름이 순간 제 눈에 띄었습니다. 이 책은 제가 고등학교 때 이미 접해봤던 책인데요, 읽어본 분이라면 다 아시겠지만 책의 맨 처음에 한국 옛 그림을 감상할 때 오른쪽 위부터 왼쪽 아래를 향하는 대각선 방향으로 작품을 감상해야한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제가 고등학생이 되어갈 무렵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IMF의 위기를 극복하고 2002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러냈던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일종의 자부심 같은 게 있었을 겁니다.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랬던 저는 우연한 기회에 오주석씨의 이 책을 읽게 되었고 처음부터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위에서 말한 대로 옛 그림 감상방향은 학교에서는 물론이고 어느 누구하나 저에게 가르쳐준 적이 없었던 내용이었고, ‘내가 우리나라를 자랑스러워하면서도 이런 것 하나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구나’라는 느낌과 함께 지루할 수 있는 내용들을 쉽게 풀어나가는 오주석씨의 내공에 감탄을 하면서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었던 오주석씨의 책이 선정도서에 포함된 후마니타스 독서 골든벨에 관심이 가게 되었고, 학번 동기이자 봉사팀에서 매주 토요일마다 같이 봉사를 다녔던 안용준, 한경희 학우와 팀을 꾸려 참가신청을 하게 되었습니다.

서론이 너무 길었는데요, 바로 준비과정 얘기를 해보자면 저희 팀의 전략은 우선 세 명이 각자 책 세권을 전부 읽고 예상문제를 만들어 교환하여 풀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병원 실습일정과 과제들 때문에 생각했던 것보다 책을 다 읽는 것이 늦어졌고 결국 예상문제는 만들지 못했습니다. 그 대신 각자 한 권씩 책의 주요 내용들을 정리하기로 했고 대회 바로 전 주말에 책과 정리본을 같이 보면서 내용을 다시 꼼꼼히 체크했습니다. 열심히 준비를 했지만 막상 대회가 시작되고 나니 조금씩 긴장이 되었습니다. 긴장 때문인지 1라운드에서 생각보다 문제를 많이 틀리게 되었고 틀린 문제 중에 제가 억지를 부려서 틀린 것들도 있어서 걱정이 더했습니다. 마침 옆에 앉아계시던 팀들이 다 1라운드 성적이 좋은 것 같아서 탈락하는 건 아닌지 조마조마 했었는데 다행히 2라운드로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2라운드 단답형부터는 주말에 체크했던 정리본이 큰 힘을 발휘했습니다. 결국 3라운드까지 올라갔고 각자 책을 모두 읽고 정리해서 꼼꼼히 준비했던 것이 대상이라는 좋은 결과로 이어지게 된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저의 경우 대학생이 된 이후 이 핑계 저 핑계로 예전보다 책을 멀리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그랬던 제가 독서 골든벨 대상을 탔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부끄럽기도 한데요, 이번 기회를 통해 시간이 없어서 책을 못 읽는다는 말은 역시 핑계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은 시공을 초월하여 타인의 생각과 경험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해줍니다. 책은 일부러 시간을 내서 읽어야하는 것이지 다른 일들과 여가생활부터 다 하고 남는 시간에만 책을 읽으려 한다면 그 사람은 평생 많은 량의 독서를 하지 못할 것입니다. 저에게 이번 독서 골든벨에서 대상을 탄 기쁨은 잠시이지만 위와 같은 사실을 다시 한 번 깨우치게 된 것이 더 큰 수확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러한 기회를 만들어주신 후마니타스 칼리지 관계자분들과 교수님, 학생회와 자원 봉사자분들에게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경희 독서 골든벨이 계속되면서 학내 독서문화에 새바람을 불러일으켰으면 좋겠습니다.


한의학과 4학년 임현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