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대학 생활을 보람차게 보낼 수 없을까?’

▶ 나는 2012년 2학기에 2년 간의 회사 생활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왔다. 졸업을 얼마 남겨두지 않아서인지 지난 7년 간의 긴 대학 생활을 보람차게 보내고 싶었다. 사회생활을 한 탓인지 대학시절이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니 조바심이 났다.

어떻게 하면 내 평생을 버텨나갈 따뜻한 추억을 만들어갈 수 있을까? 취업 걱정을 비롯해 각종 스트레스로 짓눌려 있는 타율적 삶을 살기에는 내 청춘이 아깝게 여겨졌다. 외부의 구속과 강제없이 많은 사람들과 여러 가지 경험과 감정을 나누고, 그러한 과정에서 내가 누군가에게 현명한 친구, 기대고 싶은 선배가 될 수 있다면 내 마지막 대학생활은 더할나위없이 훌륭할 것이 되지 않을까?!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스터디그룹 ‘아레테’

지난 해부터 ‘후마니타스 칼리지’를 설립해 대학 교양교육의 쇄신을 주도하고 있는 우리 학교에 대한 소식은 나도 간간이 들었던 바 있다. 그런데 그게 뭘하자는 것인지 모호했다. 그러다 복학을 앞두고 학교 커뮤니티에서 다양한 정보를 얻던 나는, 우연한 기회에 ‘아레테’라는 독서토론 모임을 알게 되었다. 후마니타스 칼리지 독서공동체 ‘아레테’에 눈길이 갔다. 책 읽고 토론을 한다니, 그리고 친교의 시간도 갖는다니, ‘유레카!’ 내가 찾던 것이었다.

대학생활을 7년이나 해왔지만 아직도 낯설게 느껴지는 ‘시사토론’과 ‘독서토론’, 이러면 안 되지 않을까. 본래 대학은 지식을 나누고 과학적 타당성을 증명하는 곳인데, 이 단어가 낯설면 안 되지 않을까.

그렇다고 아레테 활동은 성적이나 취업 등 경제불황의 시대의 청춘들이 맹목적으로 신봉하는 목
록들과 반대편의 자리에 놓여 있는 것은 아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시사토론과 독서토론이 ‘취업’에 있어서도 상당히 유리한 무기가 될 것이라는 손익 계산도 했다. 그 동안 독서와 신문 구독을 하며 쌓아온 시사 상식들을 허심탄회하게 나누면서 논리를 튼튼히 해간다면 취업 시장의 두터운 벽이 덜 공포스럽게 느껴지지 않을까? 그리고 우리는 스스로를 끊임없이 계몽할 사명이 있지 않은가? 그러니 토론 능력은 계몽된 인간의 자질이 아닐까. 그 동안 쌓아왔던 시사 상식들을 허심탄회하게 나누어보기 위해, 경희대학교의 후배들에게 내가 가진 지식들을 나누며 함께 발전하기 위해, 그렇게 나는 27세의 경희대학교 05학번, 졸업을 앞둔 많은 나이와 학번에도 불구하고 아레테에 가입하게 되었다.


아레테 시사토론 모임 13조 (필자는 좌측에서 네 번째)

현재 내가 활동하고 있는 국제캠퍼스 아레테 13조는 시사토론을 위한 모임으로, 8명의 조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 조는 나와 같은 05학번으로 취업을 앞둔 상태에서 다양한 시사 상식을 기반으로 토론에 참여하고 싶었다는 컴퓨터공학과 김준기 학우를 비롯해 조장인 건축공학과 소속 11학번 기재석 학우 등 박식하고 말빨 좋고 인물 좋고 성격 좋은 멋진 사람들이 많다. 05학번에서부터 12학번까지, 국제경영, 프랑스어, 전자전파공학과, 건축공학 등 학번과 전공이 다양해 다양한 사고와 취향에 대한 존중과 관용 정신을 몸으로 배울 수 있어 좋다.


13조의 활동구역인 카페 ‘머빅’

우리 조는 정문에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카페 ‘머빅’에서 매 주 목요일 오후 6시에 모임을 하는데, 카페 사장님의 배려 속에서 지하 1층의 넓은 공간을 토론 장소로 사용하고 있다. 인테리어도 아름답지만 토론의 몰입도를 높이는 멋진 장소이다.

우리 조가 본격적인 토론 커리큘럼을 짜기 전에 처음 택한 서적은 말콤 글래드웰의 스테디 셀러라 할 수 있는 『아웃 라이어』이다. 우리는 사전 토론을 통해 아직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찾지 못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어떻게 이루어야 하는지 잘 모르는 학우들을 위해 이 서적을 선택했다. 한 학기 동안 서로의 꿈을 찾아주기 위해 의기투합했다. 추가적으로 11월 8일에 진행될 심포지움에 참여하며 마이클 샌델의 최근작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읽으며 토론을 진행하기로 했다.


13조 네이버 카페 & 토론 서적 ‘아웃 라이어’

『아웃 라이어』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병행해 읽기 위해 우리 조는 시사 상식에 기반한 지식과 원칙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통해, 개인의 관심사와 꿈에 대해서는 아웃 라이어를 통해 익히기로 했다. 다양한 학번과 전공을 가지고 있는 8명의 조원 모두의 의사를 존중하기 위해 토론은 ‘선 경청 후 답변’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네이버 카페(http://cafe.naver.com/khube)를 통해 매 주 발제문을 올려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고 있다.

참. 우리 조의 이름 소개가 늦었다. 우리 조의 이름은 ‘나비효과’이다. 아레테라는 작은 모임에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큰 변화를 꿈꾸어 보자는 야심을 담았다. 나는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는 이 시점에서, 아레테 모임에 참여하며 많은 점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는 중이다.

응당 신입생, 2학년이라면 대학 생활을 즐기기에 바쁜, 더욱이 술과 담배를 무기로 학업보다는 유희에 집중했던 나의 과거와 달리 신입생 때부터 자신들의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김서우, 기재석 학우를 비롯한 13조원들을 보니, 내의 방탕한 젊음의 시간이 안쓰럽게 여겨진다.

3, 4학년에 접어들 때면 학점관리와 취업준비에 집중하며 시사토론, 독서를 소홀히 하던 나와 달리, 학업 관리에 열중하며 시사토론을 진행하고 있는 이금복, 김현수 학우를 비롯한 조원들, 후배지만 멋지다!

이렇게 경희대학교에서의 대학 생활을 뜻 깊게 보내는 조원들을 보며, 나는 13조 내 최고 학번으로서, 졸업을 앞둔 4학년으로서 모범을 보이고 싶다. 이 나이에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은 것이다. 기재석 조장과 함께 아카이브를 작성하고, 조원들에게 심포지움 참여를 독려하며, 13조 학우들과 함께 어느덧 나 또한 ‘아레테’에 점점 빠져들고 있는 것만 같다.

토론에 참여하며 선배로서 다양한 경험, 지식을 나누어주기 위해 준비하며 어느덧 나는 매 주 목요일 저녁 6시, 카페 ‘머빅’에서 보낼 순간을 기대하기 시작했다.


열띈 토론중인 13조의 모습

이렇게 알차게 보내고 있는 4학년 2학기, 경희대학교에서의 마지막 시간들. 취업준비에 자칫 소홀해질 수 있었던 나의 마지막 대학 생활을 뜻깊게 보낼 수 있도록 만들어준 후마니타스 칼리지 스터디 그룹 ‘아레테’ 운영위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언제나 열정적인 모습으로 선배에게 좋은 자극이자 귀감이 되어주는 13조원들에게도…. 다시 한번 나는 이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하며, 대학에서 남은 시간동안 ‘아레테’ 그리고 13조 ‘나비효과’와 함께 나의 삶을 소중하게 가꾸어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