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외모지상주의
얼마 전에 인터넷 뉴스를 보던 중, 대학생 성형수술을 지원해 준다는 어느 대학의 선거 공략에 대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공략의 취지는 이런 취업난에서 외모로 인해 면접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학우들이 있으니 이들을 위해 원하는 사람에 한해 성형수술을 지원해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뉴스 기사를 읽고 어떻게 이런 발상을 할 수 있는지 정말 의아해졌습니다. 아무리 외모가 중요한 사회라지만 취업을 위해서 성형을 한다는 생각자체가 안타까웠고, 저 역시 이 불편한 현실에 마음 한 구석에는 걱정이 들어섰습니다. 게다가 이 외모지상주의라는 사회적 잣대는 특히 여성에게 더 많이 적용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는 여성의 외모가 성공으로의 길을 열어줄 것이라는 생각이라던가, 결혼에서는 특히 여성의 외모가 중요하다던가하는 여성의 능력보다 외모에 우선순위를 두는 사회 통념 속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또한 시험공부에 의해 당락이 결정되는 공무원이 아니고서야 이미지 관리와 인상이 중요한 면접이 필수적인 취직의 경우, 특히 여성의 외모가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우선 왜 이러한 여성에 대한 사회적 통념이 자리 잡게 되었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제가 생각해 본 원인은 크게 세 가지가 있는데, 어린이용 동화와, 여러 매체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드라마, 그리고 아이돌 문화입니다. 첫 번째로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어렸을 때 한 번쯤은 읽어보았을 ‘신데렐라’, ‘백설 공주’와 같은 동화 속에서는 예쁘고 마음씨도 착한 여자 주인공이 왕자님과 결혼하여 행복하게 오래오래 사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런 동화들이 제가 만약 엄마가 된다면 아이에게 절대로 읽히고 싶지 않은 책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동화 속에서는 착하고 아름다운 소녀들이 멋진 왕자님의 눈에 들어, 부유하고 행복한 생활을 하는 너무나도 단편적이고, 시대착오적인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의 무의식 속에 여성에게 중요한 것은 외모라는 편견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요즘 우리가 즐겨보는 드라마도 예외는 아닙니다. 주로 아름다운 여자주인공이 부모님의 반대로 시작하여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서 멋지고 능력 있는 남자주인공과 행복한 결혼을 하는 것으로 끝나는 비슷한 레퍼토리의 수없이 많은 드라마가 만들어 지고, 텔레비전에 등장합니다. 이는 소위 신데렐라 콤플렉스라 부르는 현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외모가 예뻐서 멋진 남자와 결혼하면 성공한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편견을 심어주는 또 하나의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가장 치명적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이돌 문화입니다. 현대 엔터테인먼트 문화는 아이돌을 빼놓고는 절대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이 문화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은 분명 아닙니다. 그러나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 아이돌들을 모델로 하여 사회가 똑같은 잣대를 일반 여성들에게 들이대고 있다는 것입니다. 옷의 사이즈는 점점 더 작아지고, 인형 같은 얼굴을 한 아이돌들은 많은 여성들에게 좌절을 안겨주었습니다. 이 때문에 이미 정상적인데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다이어트에 몰입한다던가, 성형에 집착을 하는 등의 문제가 일어나기도 하고, 남성들의 경우 여성의 외모에 대한 기준이 상승하고, 이에 따라 악순환이 계속 반복되는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외모 지상주의 사회의 문제를 사람들이 모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개그 프로그램을 보면 반어법적인 수법을 사용하여, 외모 지상주의에 빠져있는 사람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에 공감하고, 외모 지상주의의 폐해를 지적하고, 함께 조소를 보냅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 다음입니다. ‘외모만을 중시하는 세상’, ‘외모가 전부인 세상’하면서 한껏 비판하다가도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현대인들은 어쩔 수 없이 다시 자신의 외모에 집착하고 사회가 들이대는 잣대에 자신을 끼워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외모를 가꾸지 않는 여성들은 자기 관리를 못하는 사람으로 낙인찍히고 마는 사회 풍조를 무시할 수 없는 것입니다. 어쩌면 외모 지상주의의 사회 풍조는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고, 이 흐름에 편승하여 따라가지 못하면 낙오자가 되고 말 것이라는 두려움과 외모를 가꿔서 나쁠 것 없지 않느냐는 무심한 생각이 결합되어 이 사회가 점점 고착화되고 변화의 여지를 상실하고 있지는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점에서 저도 역시 외모 지상주의 사회 자체를 뒤엎는 것은 단시간 내에 해결해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이 사회 통념자체가 개개인의 무의식적 편견에 기초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제가 무의식적이라고 지칭한 것은 이 편견이 자신이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깊숙이 뿌리내려 자리 잡는 특성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한 번 자리를 잡으면 무의식적으로 개인의 삶의 여러 부분에 간섭을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통념자체를 깨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개별적 주체에 뿌리 내리고 있는 편견부터 깨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저는 실제로 개개인이 일상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이런 편견을 깨부수려는 노력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으로서 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주체성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이 주체성은 내가 나이기 위해 갖는 자기 통제력을 말합니다. 제가 자기 통제력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 연유는 제가 기본적으로 외모를 가꾸는 것 자체에 대해 완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여성이 여성으로서 자신의 외모를 가꾸는 것 자체에는 아무런 잘못이 없습니다. 외모를 가꾸는 것을 통해서 자기 만족감과 자신감을 성취할 수 있다면 이는 오히려 권장되는 바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외모 지상주의’라는 단어가 암시하고 있듯이 문제는 외모를 제1의 우선순위로 둘 때 발생합니다. 자신의 콤플렉스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물론 나쁠 것이 없지만 지금의 외모지상주의 사회에서 절제란 하늘의 별따기라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제가 제시한 여성 외모에 대한 사회 통념의 세 가지 원인을 살펴보면, 텔레비전에 나오는 아름다운 여성들의 기준에 자신을 짜 맞추지 않고, 자기 자신으로 남아있는 것이 왜 힘든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계속해서 자신을 옥죄어오는 사회의 잣대에 외모를 가꾸기 시작한 여성들 중에는 한 번 치우치면 마치 마약처럼 멈출 수 없는 중독성에 더 이상 자신이기를 포기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 필요한 것이 바로 이 자기 통제력이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여성이 외모를 가꾸되 반드시 자기 자신으로서 주체성을 잃지 않을 필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종종 외모에 콤플렉스가 있다던가, 비만인 사람은 자신감과 자존감이 없고, 이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사회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외모를 개선함으로써 이러한 성격도 개선할 수 있게 되어 스스로에게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 이후에 발생하게 되는데, 자신이 끊임없이 노출되고 있는 주변 상황에 지나치게 집착하여 과잉반응을 보이는 경우를 말합니다. 이런 경우 주체성을 상실하게 되는데, 이때부터가 외모지상주의의 폐해가 비롯되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가 나이기 위한 주체성을 지키기 위해서 필요한 것 또한 주체성에 대한 인식입니다. 자기만족은 만족의 기준이 자신의 바깥에 있어서는 불가능하며, 외부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고 자신의 내부에 있는 기준에 의해 만족할 때에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통해 주체성 상실로 인한 극단으로 치우치게 되는 문제를 해결한다면 현 시대 풍조로 자리 잡은 외모지상주의 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율전공학부 1학년 송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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