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겨울, 서울역 주변 풍경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빈부의 격차를 보여주고 있었다. 한 곳에는 높이 솟은 빌딩들이 서있다. 말쑥한 수트를 입은 사람들은 한 손에 서류가방을 들고 회사에 출근하고 있다. 서류와 씨름하며 한나절을 보낸 이들은 한 손에 맛있는 음식들을 사들고 집으로 향한다. 그런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따뜻하게 안아주는 가족들이다.

이렇게 평온한 삶을 사는 그들의 바로 옆에 그들 자신의 용변소리마저도 감출 수 없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쪽방촌에 사는 사람들이다. 얇디 얇은 쪽방의 벽은 난방은커녕 최소한의 인간의 존엄성마저도 보장해주지 못 한다. 이따금 지급되는 라면 한 봉지마저도 팔아 넘겨야 하는 그들의 삶은 샐러리맨들의 그것과 너무나도 대조된다. 따뜻하게 차려입고 무심코 이 글을 읽을 사람들에게는 유감스런 말이지만 이런 삶이 언제까지나 남의 이야기이기만 한 것은 아니리라...

서울역 주변 길거리에 앉아 있는 노숙인들, 그들이 태어나서부터 노숙자였던 것은 아니다. 그 가운데에는 처음부터 판자촌에서 태어난 자들도 있지만, 대기업 중역 출신들부터 막 대학을 졸업한 이들까지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는 비주택 주거민들의 문제가 그저 남의 문제만은 아님을 말해준다.

인생의 불확실성, 약자를 대하는 사회의 냉정한 시선, 그들의 움추러든 어깨. 안타깝게도 그 속에 뚜렷한 희망은 보이지 않았다. 우리 조는 그들의 삶을 파악하고 조금이라도 더 나은 대안을 찾기 위하여 활동을 개시하였다. 연인들이 하룻밤을 불태우는 7만원짜리 모텔들 한 블록 옆에는 화장실 냄새가 코를 찌르는 쪽방촌이 있다. 그들의 삶을 추체험하기 위해 ‘이가 나올지 의심스러운’ 만화방에서 숙박을 하고, 방음조차 똑바로 되지 않는 여인숙에서 잠을 청했다. 노숙인들의 배식을 도우며, 두부 좀 더 달라고 소리치는 이들의 삶을 지켜봤고, 샤워를 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비누를 챙겨드렸다.

서울역에서 한 층만 더 위로 가면 스테이크를 썰으며 서울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데, 비주택 거주민들은 라면 한 그릇을 먹기 힘들다. 물론 본인이 원한다면 공짜밥을 먹을 수는 있다. 그렇지만 배식판에 담기는 반찬의 양조차도 마음대로 정하지 못 하는 그들의 삶이란 얼마나 처량한 것일까? 그런 그들의 삶은 측은함을 느끼게 하면서도 경각심마저 들게 하였다.

아무리 인생의 밑바닥을 지켜보고, 또 분개했더라도 겨우 20대 초중반에 불과한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활동에 한계가 존재하였다. 우리는 그들을 지원할만한 법을 만들 수도 없고, 제도 개선을 공청회에서 요구할 수도 없었다. 다만 그들의 애환을 조금이나마 가슴에 담아두고, 그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향후에라도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비주택 거주민들은 당장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었다. 당장 그들이 작업을 하러 갈 때 신을 작업화 하나, 평소에 매고 다닐 수 있는 배낭 하나에 그들은 만족하였다. 물론 인간의 욕심에는 끝이 없다. 그들이 단지 그것만을 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기본적인 용품조차 부족해서 쩔쩔매는 삶을 살고 있었다.

대학시절은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이다. 입시의 굴레를 벗어 던졌고, 아직 어른으로서의 막중한 책임을 질 필요도 없다. 바로 이 시기에 세상에서 가장 어두운 부분을 바라본다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어쩌면 단순한 스펙 업에 앞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일지도 모른다. 바닥을 본 자 만이 가장 성공할 수 있는 법일 테니.

아직도 만화방을 맴돌았던 그 매캐한 담배 연기를 잊을 수가 없다. 서울역 근처에 수십 개씩 있던 여인숙도 머릿속에 선명하다. 그들과 함께 했던 한 달은 참 처량하면서도 처절했다.


시민교육 윤리실천프로젝트 팀 <다르게 사는 사람들을 찾는 사람들>
동서의과학과 우창균, 생물학과 이민규,식품공학과 이승용, 기계공학과 전현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