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긴 겨울이었습니다. 봄이 시작되는 5월,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교양교육연구소는 김상준 교수의 역작 『맹자의 땀 성왕의 피』를 들고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이번 북 심포지엄은 ‘동아시아는 문명전환의 축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가지고 시작합니다. 책의 부제인 ‘중층근대와 동아시아 유교문명’은 그 이야기를 풀어갈 단서로 보입니다.

근대란 언제나 서양의 전유물이었습니다. “서구, 오직 서구에서만” 보편사적 가치와 의미를 지닌 근대가 성립되었다는 근대성의 서양물신주의는 감당하기 힘든 무게로 지금도 우리의 어깨를 내리 누르고 있습니다. 저자는 우리의 어깨를 짓눌러 온 서구의 근대 독점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저자는 묻습니다. “동아시아 문명이 과연 그러한 보편적 가치를 담고 있는가? 그러한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쉼 없이 분투했는가? 이 질문에 대해 동아시아인들은 자신 있게 답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우리의 가슴을 후벼 파는 통렬한 질문입니다.

저자는 근원으로 올라가 유교를 새롭게 해석합니다. 그것이 바로 ‘맹자의 땀’과 ‘성왕의 피’입니다. ‘맹자의 땀’은 장례 관습이 생기기 이전에 대지에 방치된 부모의 처참한 주검을 목격한 고대인이 이마에 땀을 흘리며 괴로워했다는 『맹자』의 구절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성왕의 피’란 고대 중국 성왕(聖王)들의 행적을 기록한 『서경』의 감추어진 이면에서 발견한 폭력과 핏자국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유교는 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군주와 ‘무결점의 요・순’ 시대라는 신화를 원했던 셈입니다.

김상준 교수의 『맹자의 땀 성왕의 피』를 통해 우리는 유교가 종교를 넘어 철학으로 거듭나는 광경을 목도하게 됩니다. 여러분을 그 현장으로 초대합니다.


2013년 5월 1일

후마니타스 교양교육연구소 소장
이영준